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가능성을 밝힌 이후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 투자’가 가능해지는 만큼 기대 심리가 벌써부터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포함되지 않는 이상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단기간의 집값 급등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30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전용 76㎡ 매매 평균 시세는 이달 들어 29억 원을 돌파했다. 이 주택형의 평균 시세는 지난해 9월 27억 2000만 원, 10월 27억 7500만 원, 11월 28억 2500만 원, 12월 28억 4000만 원으로 상승 폭이 매달 1500~5500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이달 들어 상승폭이 6000만 원으로 더 커진 것이다.
잠실주공5단지와 달리 재건축 호재가 없는 인근 아파트도 상승세가 뚜렷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잠실엘스아파트는 최근 전용 84㎡ 매매 호가가 29억 원 중반까지 올랐다. 일대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엘스는 작년에 26~27억 원대에 주로 거래됐는데 올 들어 호가가 1억 원씩 오르고 거래도 많아지는 분위기”라며 “지방에서 갭 투자를 염두에 두고 매물을 알아보는 연락도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열기는 최근 오 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방침을 공식화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지난 14일 진행한 시민 토론회에서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계획을 묻는 한 시민의 질문에 “급등세를 보였던 부동산 가격이 지난 2~3개월 동안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면서 정책 환경이 무르익고 있다”며 “해제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대규모 개발지와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 원칙 아래 지정된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면적은 현재 65.25㎢로 시 전체 면적의 10.78%에 달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주택 매수에는 2년 실거주 의무가 적용돼 갭 투자가 불가능하다.
오 시장이 구체적인 해제 지역과 기준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2020년 6월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을 이유로 이 곳들을 법정동 단위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이 장기화하면서 지역에서는 규제로 인한 불만이 커진 상태다. 특히 삼성동과 잠실동에는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 삼성동힐스테이트 등 재건축 연한을 넘기지 못해 특별한 개발 호재가 없는 아파트도 많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르면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관련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전면적인 해제보다는 일부 조정 및 대상 축소가 유력한 방향으로 거론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이뤄지더라도 강남권의 집값이 단번에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호재임은 분명하지만 강남3구는 규제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집값이 한 번에 크게 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노후화한 재건축 아파트는 갭 투자 수요가 많아 만약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리면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크지만 다른 아파트는 현 규제상으로도 실거주를 하는 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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