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조기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당초 공언했던 것과 달리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한 ‘관세 폭탄’을 부과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내에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낸 만큼 트럼프 1기와 달리 2기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으로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여가 지나는 동안 당초 대(對)중 강경책을 쏟아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2월 1일에 (부과)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중국에 대한 관세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을 향해서는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제는 (파나마 운하를) 되찾을 차례”라고만 발언했다.
트럼프는 다시 취임 이튿날인 21일 “우리는 중국이 펜타닐을 멕시코와 캐나다에 보낸다는 사실에 근거해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2월 1일부터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달라진 입장을 보였지만 지난해 대선 선거운동에서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던 것에는 한참 못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23일 공개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드러났다. 그는 관세로 중국을 압박해 무역 관련 협상을 타결지으려는 의도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시 주석과 더 공정한 무역 관행을 만드는 합의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있다”며 중국을 압도할 매우 큰 힘으로 관세를 언급했다. 그는 “그들(중국)은 그것(관세)을 원치 않는다”며 “그리고 나도 그것을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은 중국을 압도하는 거대한 힘”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멍청한 무역 정책 때문에 작년에 1조달러를 중국에 잃었다”며 대중국 무역 적자를 관세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중국은 미국의 공격에 대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쏟아내는 발언에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22일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미국이 내달 1일부터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시사한 데 대해 “무역·관세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며 “중국은 항상 국가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허야둥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이라며 “이는 양국 모두에 불리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에 향후 보복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미국과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미중 양국의 무역전쟁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양국 정상간 대화로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내에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측근들에게 방중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정반대 상황이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를 이어갈 당시에는 시 주석이 그해 4월 미국을 먼저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거의 1년이 흐른 11월에서야 중국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시 주석과 전화 통화를 했고, 이 때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중국으로 초청했다. 트럼프는 이에 올해 안에 방중할 수 있다고 화답하면서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중국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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