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들어 지난 몇 년간 본 적 없는 위세를 보이는 인플루엔자(독감)를 비롯해 각종 호흡기감염병이 설날 황금연휴를 거치며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방역당국은 연휴 기간 가족 모임, 여행 등을 하면서 환기와 마스크 착용 등 예방수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25일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를 보면 외래환자 1000명 당 독감으로 의심되는 환자는 1월 셋째주 기준 57.7명이다. 전주에 비하면 33% 감소하면서 2016년 이래 최악의 수준은 벗어났지만 당국이 설정한 유행 기준인 8.6명보다 여전히 훨씬 높아 아직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질병청의 입원환자 감시체계에서도 1월 셋째주 독감 입원환자는 1235명이다. 전주 대비 24.1% 감소하며 정점에서는 떨어졌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팬데믹 수준으로 환자가 최고치를 찍고 있다”며 “12월~1월 A형, 2월말~4월 B형 독감이 유행하는데 개학하면 환자가 늘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바이러스성, 세균성 감염병도 환자가 정점에 비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수준은 못 된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입원환자는 지난달 마지막주 603명에서 3주 연속 감소하며 이달 셋째주에는 386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극심하게 유행했던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환자는 10주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달 셋째주 129명이 입원했다.
식중독 원인인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의 경우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이달 셋째주 388명이 새롭게 발병했다. 그룹 A형 로타바이러스는 올해 들어 환자 증가폭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모습이지만 전년대비 발생률이 높다. 질병청은 “계절에 따른 증가세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감염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주의가 필수적이다. 특히 가족이 모이는 설 연휴에는 대규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손은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씻고, 기침할 때는 휴지나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려야 한다. 실내는 자주 환기하고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연휴에 앞서서 예방접종을 받았다면 관리에 도움이 된다.
노로바이러스 등 수인성 감염병도 설 연휴에 여러 사람이 음식을 나눠먹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음식은 충분히 익혀 먹고, 채소와 과일은 깨끗한 물에 충분히 씻어야 한다. 조리 전엔 손을 올바로 씻어야 하고 설사 증상이 있으면 음식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경우에도 조심하는 게 좋다. 당국은 말라리아·뎅기열 등 모기를 통해 퍼지는 감염병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여행 중에는 긴 소매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모기 기피제 등을 사용해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공항이나 항만 내 국립검역소는 뎅기열 신속키트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입국할 때 모기에 물렸거나 또는 발열 등 뎅기열이 의심되는 경우 검사해보는 게 좋다.
당국은 의료현장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철저히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감시체계가 만들어진 2016년 이후 독감 의심 환자가 가장 높은 수준이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감시하며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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