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을 앞둔 예비부모들이 겪는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미신적 믿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임산부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JTBC '사건반장'에서 공개된 사연에 따르면, 결혼 5년 차 30대 임산부 A씨는 시부모의 미신적 행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시부모는 A씨에게 '부정을 탄다'며 화장실에서 옷을 털 것을 강요하고, 다리를 꼬는 것조차 금지하는 등 일상생활을 통제했다.
A씨는 "시댁에 가면 반겨주는 게 아니라 화장실부터 가서 옷을 털라고 한다"며 "바깥에서 부정적인 기운을 묻히고 들어왔을 수 있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리라도 꼬면 '우리 아들 일 꼬인다'고 다리 풀라고 하신다"며 시부모의 미신적 행동에 대해 토로했다.
시부모의 미신적 믿음은 점차 에스컬레이트됐다. 이들은 손자 출산을 위해 100만원 상당의 부적을 구매했으며, "귀한 손자 하나 낳게 해달라고 기도 올리고 왔다"며 손자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시험관 시술로 임신에 성공하자 "우리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다"며 자신들의 공덕이라 주장했다.
임신 이후에는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였다. A씨는 "닭볶음탕을 먹고 싶다고 했더니, 닭이나 오리를 먹으면 아이가 닭살 피부를 갖고 태어난다며 제지당했다"고 말했다. 장례식장 방문이나 아픈 사람과의 접촉도 금지됐다.
상황은 태아의 성별이 여아로 확인되면서 더욱 악화됐다. 시부모는 "기도가 부족했다"며 실망감을 표출했고, 시어머니는 무당을 찾아가 "딸을 낳으면 아들 인생이 망가진다"는 등의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심지어 지인들에게 받은 육아용품마저 "쓰던 아이의 조상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며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시아버지가 설을 앞두고 A씨를 불러 '선물'이라며 아이의 출산 날짜와 시각을 임의로 정했다고 전했다. 더욱이 아이의 이름까지 직접 지으려 하면서 A씨 부부와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A씨는 "남편이 화를 내자 시부모의 연락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미신적인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며 "예쁜 이름을 지어주려고 만반의 준비를 해놨는데 시부모의 사주와 미신 때문에 로망이 깨질 위기"라고 토로했다. 이어 "시아버지도 양보하지 않고 있어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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