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에게 대규모 부당대출을 내주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부당대출 의혹이 제기된 지 약 5개월 만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김수홍 부장검사)는 2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손 전 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손 전 회장은 우리은행 전 부행장인 성 모(60) 씨 등과 공모해 2021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처남 김 모(67)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23차례에 걸쳐 517억 4500만원을 불법으로 대출해준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범행을 도운 전직 우리은행 임원 임 모(60)씨를 2021년 12월경 무리하게 본부장으로 승진시킨 혐의(업무방해)도 받는다.
지난해 말 검찰은 손 전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기각되며 결국 불구속기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찰은 "손 전 회장이 처남인 김씨를 도운 것은 단순히 친인척 관계에서 편의를 봐준 것이 아니라, 김씨가 불법대출을 통해 얻은 이익을 손 전 회장과 공유하며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손 전 회장에게 부당대출금으로 고가의 승용차를 제공했고, 두 사람 모두 대출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수십억 원 규모의 시세차익을 얻기도 했다.
또한 손 전 회장이 승진 가능성이 없던 임씨를 대출 승인에 필요한 핵심 보직에 인사발령한 이유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위였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손 전 회장 외에 강 모(54) 우리은행 본부장도 특경법위반(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미 구속돼 지난해 12월부터 재판을 진행중인 김씨와 전직 임원 성씨, 임씨 등 3명에 대한 추가 기소도 마쳤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8월 우리은행을 조사한 금융감독원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 및 개인사업자 차주에게 350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내준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후 검찰은 금감원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수사를 이어가던 중 100억원 규모의 불법 대출 의혹도 추가로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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