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일반혈액검사가 심하면 평균치의 11배를 크게 웃도는 기관이 있는 등 과도한 채혈과 혈액검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연간 낭비되는 혈액량은 1만5000여명이 헌혈해야 메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일 상급종합병원 45곳, 종합병원 330곳, 병원 1344곳의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한 ‘2023년 입원환자 일반혈액검사 현황 분석 결과’에서 이같이 밝혔다. 일반혈액검사는 채혈을 통해 혈액에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혈색소 수를 측정해 혈액의 상태를 파악하는 검사다. 공단은 성별·연령·수술여부 등 일반혈액검사 빈도에 영향을 미칠 요인을 보정한 뒤 평균 수준을 초과한 검사 횟수를 분석해 의료기관별 입원 30일당 일반혈액검사 횟수를 산출 및 비교했다.
그 결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입원환자에게 평균을 초과해서 실시한 일반혈액검사 횟수가 총 211만회에 달했다. 일반혈액검사를 한 번 할 때마다 채혈하는 양을 3㎖로 가정하면 최소 6334ℓ의 혈액을 더 뽑아낸 셈이다. 연간 1만5834명이 헌혈해야 확보할 수 있는 양이다.상급종합병원의 입원 30일당 일반혈액검사 시행 횟수 평균은 12.8회, 종합병원은 7.5회, 병원은 6.3회다.
일부 기관에서는 종별 평균치의 4배를 넘는 검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보정 후 수치로 따지면 평균의 11.66배에 달한 곳도 있었다. 전체 기관 중 검사 횟수가 종별 평균보다 1.5배 이상 많은 곳은 전체의 6%인 120곳이었으며 이 중 17곳은 평균의 2배 이상 혈액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다 검사 기관 120곳 중 111곳이 병원급이었지만 검사 횟수가 평균의 절반에 못 미치는 곳도 전체의 13.2%인 177곳이라 편차가 컸다
공단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의 경우 일반혈액검사 시행 비율이 평균의 0.76배라며 “과다 검사 의료기관 때문에 평균이 상향 조정됐을 개연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이번 분석을 통해 일부 의료기관에서 과도한 검사를 시행하는 사례를 확인했다.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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