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기존 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적의 탄도미사일을 막아낼 수 있는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의 양산이 시작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월 16일 열린 제16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L-SAM 양산계획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양산 사업 기간은 2030년까지며, 총사업비는 약 1조 7302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실제 배치는 2027년부터 시작하는 것이 군의 목표다.
지난해 11월 개발이 완료된 L-SAM은 탄도미사일 종말 단계의 상층을 방어하는 무기체계다. 탄도미사일은 목표물을 향해 하강하는 ‘종말 단계’를 거쳐 표적을 공격하며, 종말 단계는 통상 고도 40㎞를 기준으로 상층과 하층으로 나뉜다.
2015년부터 1조 2000억 원이 투입된 L-SAM은 ‘탄도미사일 종말단계 상층 방어 체계’에 해당한다. 군이 목표로 했던 다층적 미사일 방어 능력을 구현하는 핵심 무기체계로 꼽힌다. 국방부는 “L-SAM에는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극소수 국가만 보유한 요격 관련 최첨단 기술들이 대거 국내에서 개발돼 적용됐다”고 했다.
주목할 점은 L-SAM 기술의 독자 개발이라는 것이다. 이 기술은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극소수 국가만 보유한 요격 관련 최첨단 기술로,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해 적용했다. 특히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적 미사일을 직접 타격하는 직격요격(힛투킬·hit to kill)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목표물 주변에서 폭발해 퍼지는 파편을 통한 요격인 폭발파편 방식보다 정확도와 파괴력이 뛰어나고 기술적 난도가 높다.
L-SAM 배치 미사일 방어 2개 층 구축
무엇보다 직격요격을 위해서는 그만큼 정밀한 유도가 필요한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위치 자세 제어장치(DACS), 표적의 미세한 열원을 감지·추적하는 적외선 영상탐색기(IIR)도 국내 기술로 구현됐다는 점이다. IIR의 시야를 확보하고 요격 직전 신속하게 분리되는 전방 덮개, 요격 순간 운동에너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직격요격 효과를 극대화하는 이중 펄스형 추진기관 등도 L-SAM 개발에 따른 성과라고 방사청은 설명했다.
L-SAM 확보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요격 능력과 방어 범위가 향상돼 고도별 대응체계가 더욱 강화되는 다층방어를 구현하게 된다. 요격 고도가 40~70㎞인 L-SAM이 배치되면 기존 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M-SAM) 천궁-Ⅱ(15~20㎞), 패트리엇(15~40㎞) 등으로 구축된 KAMD가 더 촘촘해져 북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이 강화된다.
미국산 패트리엇(PAC-3)과 국산 천궁-Ⅱ(M-SAM-Ⅱ)는 종말단계 하층에서 탄도미사일을 방어하는 무기다. L-SAM은 패트리엇·천궁-Ⅱ보다 높은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해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 범위를 확장하는 전력이다. 따라서 L-SAM 실전 배치에 따라 미사일 방어를 2개 층에 걸쳐 형성하게 된다. 즉 L-SAM이 상층에서 먼저 요격에 나서고, 만약 실패할 경우 하층에서 천궁-Ⅱ, 패트리엇(PAC-3)으로 한 번 더 요격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형 3축 체계 핵심 중 하나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KAMD는 하층과 상층으로 나눠져 방어체계를 구축 중이다.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상승 단계, 외기권(우주)에서 고공비행하는 중간단계, 고도 100㎞ 이하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하강하는 종말단계를 거친다. 종말단계 중에서도 통상 고도 40㎞를 기준으로 상층과 하층을 구분한다. 우선 하층 방어는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M-SAM-Ⅱ(천궁-Ⅱ)는 고도 30∼40㎞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하층방어체계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M-SAM-Ⅰ을 개량한 것이다. 이미 작전 배치된 M-SAM-Ⅰ(고도 20㎞ 이하)는 더 낮은 고도를 책임지고 있다. 이들 무기와 함께 하층방어를 담당하는 전력은 패트리엇(PAC-2/PAC-3·고도 40㎞ 이하)이 있다.
하층과 상층에 중간 지역을 담당하기 위해 현재 개발 중인 M-SAM-Ⅲ(고도 40㎞ 이상)도 있다. M-SAM-Ⅲ는 북한 미사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M-SAM-Ⅱ보다 요격 성능과 교전 능력이 향상된 유도무기다. 최고 요격고도도 블록-Ⅱ 대비 2배 수준인 50㎞ 이상으로 확대된다.
오는 2034년까지 약 2조 8300억 원이 투입돼 개발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M-SAM 블록-Ⅲ에 대해 “사거리와 요격고도가 2배로 늘어 방어 면적이 4배로 늘어난다”며 “동시에 교전할 수 있는 (요격탄) 발수는 블록-Ⅱ 대비 5배 이상 증가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M-SAM 블록-Ⅲ’는 요격고도 50㎞ 이상
상층방어 전력은 이번에 개발이 완료된 전력화 될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L-SAM(고도 50∼60㎞)가 있다. L-SAM은 미사일 종말단계에서 고고도(상층)에 속하는 40∼60km 상공에서 미사일을 요격한다. 다른 상층 요격 무기인 주한미군의 사드(40∼150km)와 함께 복합 다층 방어망의 한 축을 맡게 된다.
여기에 더해 현재 개발 중인 L-SAM-Ⅱ(고도 60∼150㎞ 이하)가 있다. L-SAM-Ⅱ는 기존 L-SAM보다 요격 고도가 상향된 고고도 요격유도탄과 공력비행 미사일을 장거리에서 요격할 수 있는 활공단계 요격유도탄이 핵심이다.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와 동일한 요격 고도에서 북한 미사일을 타격할 L-SAM-Ⅱ는 오는 2035년까지 2조 7100억원이 투입돼 개발된다. 기존 L-SAM의 최고 요격고도가 60㎞ 정도였지만 L-SAM-Ⅱ는 최고 요격고도가 100㎞ 이상으로 늘어난다.
종합하면 미사일 방어 체계에서 저고도(40㎞ 이하)는 미국산 패트리엇(PAC-3)·한국산 M-SAM, 중고도(60~100km)는 한국산 L-SAM과 개발이 진행 중인 MSA-Ⅱ, 고고도(150㎞)는 미국산 사드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배치하는 사드)과 개발이 진행 중인 L-SAM-Ⅱ 등이 맡는다. 여기에 해상용 KAMD로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대왕함에 배치될 SM-6(240~460㎞), 세종대왕함에 배치될 SM-3(500㎞ 이상)이 다층 방어 체계를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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