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특별검사 후보를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2차 ‘내란 특검법’을 발의한 다음 날인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어 법안 심사를 강행하는 속도전을 폈다. 여당은 “포장만 바꾼 ‘박스갈이’ 특검법”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천명하고 법안 명칭을 ‘계엄 특검법’으로 해 다음 주께 발의하겠다며 속도를 조절했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내란 특검법 수정안을 상정했다. 법안 상정에 앞서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어제 법안을 발의하고, 오늘 상정하고, 오후에 소위원회에서 논의하고, 무슨 베이커리에서 케이크 찍어 내냐”고 강하게 반발하며 숙의 기간을 제안했다.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지금은 특별하고 비상한 시기로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모르는 내란을 하루속히 진압하는 것이 최대의 국정 안정”이라며 여당 측 요구를 일축했다.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정 위원장은 투표에 붙였고 수적 우세인 야당의 주장대로 특검법은 1소위원회로 회부됐다. 야당은 곧장 소위원회를 열고 내란 특검법을 심사해 의결했다. 야당은 13일 특검법을 법사위에서 최종 통과시킨 후 14일 또는 16일 본회의를 열어 의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법무부도 야당이 전날 재발의한 특검법 수정안이 후보 추천 권한을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만큼 “가장 기본적인 문제점은 해소됐다”고 평가하며 힘을 실었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법사위에서 “(폐기된) 내란 특검법에서 가장 위헌성이 있다고 본 부분은 특검 임명 방식이었다”며 “일단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있는 특검을 임명하는 데 따른 문제는 해결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야당의 시간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내놓은 특검법은 수사 범위를 무한정 늘릴 수 있게 무제한 특검의 길을 터놓았다”며 “사실상 이재명 세력의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전부 다 수사해 잡아들일 수 있는 제왕적 특검”이라고 꼬집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졸속 특검과 달리 특검의 본래 취지인 보충성과 예외성의 원칙을 지키고 위헌적 요소를 제거한 법안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내란 특검법이 아닌 자체적인 계엄 특검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당은 법률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을 중심으로 특검법을 준비해 다음 주 의원총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당내에서는 민주당 수정안에서 ‘독소 조항’이 모두 해소되지 않아 찬성 입장으로 선회할 의원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자체 특검법 발의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기류도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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