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롯데리아였을까. 12·3 비상계엄 작전 모의가 경기 안산시 한 롯데리아 매장에서 이뤄진 사실이 알려지자 온 관심이 롯데리아에 쏠리고 있다. SNS에서는 일명 ‘네란버거’ ‘계엄버거’ 등의 이미지와 함께 각종 밈이 퍼졌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0일(현지시간) '실패한 쿠데타 시도 중심에 있는 한국 버거 체인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해당 롯데리아) 매장은 서울 남쪽 안산에 있으며, '계엄 성지'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토종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롯데리아는 어쩌다 ‘계엄 성지’가 됐을까. 일각에선 롯데리아처럼 소음이 크고 공개된 장소가 비밀 화합에 적합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리아 모의’는 11년 전에도 있었다. 2013년 한국사회를 흔들었던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 때다. 당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롯데리아에서 내란 모의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정원이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한 녹취록에도 제보자 이씨와 홍순석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한동근 수원새날의료협동조합 이사 등이 롯데리아에서 나눈 대화가 포함됐다.
하지만 해당 녹취 파일에 담긴 대화 내용은 주위 사람들의 목소리와 매장 내 음악 등에 다 묻혀 알아듣기 힘들었다. 당시 1심에서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판사는 “오늘 롯데리아에 두 번이나 갔는데 오전에도 시끄럽고, 오후에도 시끄럽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군이나 정치권에서는 모의를 할 때 되레 시끄럽고 공개된 장소를 택하곤 한다. 도청 등의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엄 모의'가 롯데리아에서 이뤄진 배경에 대해 "사람이 붐벼 도·감청을 해도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섞인다)"며 도·감청이 어려운 장소로 패스트푸드점을 골랐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한편 12·3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1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롯데리아 매장에서 계엄을 모의한 혐의(내란실행)를 받는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은 24일 검찰에 송치됐다. 노 전 사령관과 롯데리아에 함께 있던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보사 출신 김모 전 육군 대령, 정모 대령 등도 계엄을 사전에 모의한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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