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제주도 내 호텔·리조트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대규모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대형 크루즈 선박이 잇따라 제주항·강정항에 정박하면서 제주도의 인바운드 관광(외국인의 한국 여행)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업계는 외국인 관광객 추가 유치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겨울철 내국인 관광객 방문이 줄어드는 데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켄싱턴리조트 서귀포는 최근 리조트 내 리테일 전문 매장 ‘케니몰’ 방문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리조트 내 식당을 찾는 외국인들도 부쩍 많아졌다.
켄싱턴리조트 서귀포점은 투숙객의 90% 이상이 내국인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리조트에 묵지 않는 데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은 바로 크루즈 덕분이다. 리조트가 강정항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크루즈를 타고 온 외국인들이 리조트를 찾아 쇼핑하고 한국 음식을 즐기는 것이다. 케니몰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감귤 모자를 쓴 곰인형 등 제주 관련 굿즈들이 인기를 끌자 계속 주문해 채워 넣고 있다.
켄싱턴리조트 측은 “리조트 내 애슐리퀸즈에서 외국인들이 제주 영양 전복 내장죽, 소고기 무국, 잡채, 통영식 해초 멍게 비빔밥 등을 즐겨 먹는다”며 “제주에서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을수록 리조트에서 먹고 쇼핑하고 가는 외국인들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지도가 높은 호텔들의 경우 투숙률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한 5성급 호텔 가운데 외국인 투숙 비중이 가장 높았던 파르나스 제주는 올해 또 그 비중이 늘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외국인 투숙객 비중은 16.4%로 지난해 동기(12.6%)보다 3%포인트 이상 뛰었다. 6월에는 외국인 투숙 비중이 22%로 치솟기도 했다. 이준호·윤아 주연의 드라마 ‘킹더랜드’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기 시작한 게 올해도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제주신화월드는 11월 들어 외국인 고객의 점유율이 30%를 찍었다. 대만 유명 유튜버 ‘차이아까’가 신화월드에 묵으며 촬영한 영상이 조회수 190만 뷰 이상을 기록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대만인의 제주신화월드 투숙률은 지난해보다 3배가량 뛰었다. 제주드림타워 역시 지난달 판매 객실 중 외국인 투숙비율은 65.1%로 최근 3개월은 꾸준히 7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주 직항 항공 노선이 빠르게 회복되고 크루즈 관광객이 늘면서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50만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220%가량 증가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111만 명, 대만 12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크루즈 관광객은 현재까지 50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10배 이상 뛰어넘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제주 직항 노선이 개설된 후 싱가포르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180% 이상 증가했다”며 “내년 말레이시아·베트남과 직항 노선도 개설하려고 추진하고 있어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이 줄어드는 점은 업계로서는 과제다. 겨울철 비수기일수록 내국인들이 제주를 찾아 뒷받침돼야 하는데 내국인 여행객들이 제주 대신 일본·베트남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추세가 지속되면서다. 실제로 제주행 국내 노선의 경우 1년 전보다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내국인을 겨냥해 웰니스 등 다양한 체험 상품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관광공사는 유엔관광청으로부터 최우수 마을로 선정된 제주 세화마을·동백마을에서 숙박하는 ‘카름스테이’ 상품을 내세우고 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숙박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트래킹, 자전거 투어, 요가 등 웰니스 프로그램을 겨울에 맞춰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겨울철 한라산을 탐방하려는 수요가 높고 일시적으로 탐방예약제도 해제 운영하고 있어 등산 상품이 많이 판매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크루즈 관광객들이 제주에서 짧은 시간에 양질의 투어를 하고 갈 수 있게 콘텐츠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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