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제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피해 학생과 가정은 줄어들지 않고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9월 교육부가 발표한 지난해 학폭 신고 건수는 6만 1445건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을 정도입니다.”
박길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폭이 사이버 폭력 등으로 확대되면서 그 양상도 다양해져 고통받는 아이들 또한 많아지는 게 현실”이라면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학폭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도 줄어들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푸른나무재단은 학폭 예방과 피해자 치유, 사회적 변화를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다. 1995년 재단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마음 아린 사연이 있다. 박 이사장은 푸른나무재단을 아버지의 눈물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했다.
그는 “재단 설립자이자 초대 이사장인 김종기 전 국가학폭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학폭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며 “김 전 위원장은 아들의 넋을 위로하면서 자신의 죄를 씻고, 사회에서 다시는 학폭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없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재단을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인 박 이사장은 30여 년을 연구에 전념해온 사회학 전문가다. 고려대에서 일반대학원 원장과 부총장 등 여러 요직을 거치고 한국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5월 푸른나무재단의 제9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박 이사장은 “푸른나무재단의 활동은 큰 틀에서 학폭 상담 치유, 예방 교육, 사회 변화 등 세 가지”라며 “또 재단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서 특별 협의 지위를 부여받은 기관으로서 1년에 한 번씩 유엔 본회의에 참석해 우리의 활동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푸른나무재단이 설립됐을 당시 학교 등 교육 현장에는 ‘학폭’이라는 단어도 없었고 또 학폭을 개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며 학교와 교육 당국은 쉬쉬하기 바빴다고 한다. 이에 재단은 학폭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여러 활동을 벌였고 사회 인식을 변화시키는 성과를 이뤄냈다. 바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이끌어낸 것이다.
박 이사장은 “2004년 1월 29일 공포돼 그해 7월 30일부터 시행 중인 이 법률은 학폭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학교와 사회, 나아가 국가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당시 우리 재단이 주도해 시민단체·학부형 등 46만여 명이 서명하고 청원해 국회에서 이 법률이 만들어졌는데 학폭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게 한 바탕이 바로 학폭예방법”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회학자로서 이런 문제와 현상에 관심이 많았는데 과거 학폭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던 것은 학생 인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학교의 주인인 학생에게 있어 인권은 매우 중요한 것이고, 학생 인권을 통해 학폭이 얼마나 커다란 문제인지도 인지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더 이상 학폭 피해를 겪는 학생이 없게 하기 위해서는 기관과 기업의 후원, 언론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현재 삼성·하나금융·현대해상·카카오·경기도시주택공사·광운학원·KBSN 등이 재단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다”면서 “학폭 문제는 우리 같은 재단과 교육 당국의 노력만으로 해결되기 힘들고 기업과 기관·언론 등 다자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 “무엇보다 학폭은 예방 교육이 중요한데 현재 재단에서는 교육부·여성가족부·경찰청·사랑의열매·삼성전기와 함께 학폭 예방 교육, 상담 치유, 학술 연구 등을 하는 ‘푸른코끼리’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직접 학교로 찾아가 학폭 예방 교육도 하고 있는데 모든 학생들이 푸른코끼리 교육을 한 번이라도 받게 하고 싶으니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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