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의 성분 조작 의혹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2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명예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0년 1월 재판에 넘겨진 이후 약 4년 10개월 만에 나온 1심 결론이다. 코오롱생명과학(102940) 주식회사 차명주식 관련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면소 판결을 내렸다. 함께 재판을 받은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도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인보사의 성분 착오 문제 인식 시점은 제조판매보다 늦은 2019년 3월 30일 이후로 봐야 한다”며 “2019년 3월까지 판매한 인보사를 품목허가와 다른 의약품으로 단정하고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환자들에 대한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환자들이 안전성 우려가 있어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성분 착오로 인해 안전성 우려가 어느 정도 증가했는지에 대한 제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안전성에 관한 성명을 받아들여 인보사 성분에 대한 변경 없이 임상중지명령이 해지됐다”며 “미국에서 3상이 진행돼 올해 7월 환자에 대한 투약이 마쳐진 사실이 확인됐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2015년과 2019년 두 차례 코오롱티슈진(950160)의 인보사 임상 중단 명령(Clinical Hold·CH)에 대해 사측이 의도적으로 내용을 은닉하고 상장을 추진했다는 검사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는 코오롱 관련자들이 인보사 임상 중단이 알려지면 신약 개발, 투자 유치 등에 부정적 영향 발생을 우려해 조직적으로 내용을 은폐했다고 말하지만 코오롱티슈진이 1차 CH 존재를 명시적으로 알리거나 대부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상대방에게 고지한 사실이 다수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코오롱티슈진이 코스닥 상장을 위해 거짓 재무제표를 작성해 공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실제 존재하는 회사 수익을 회계적으로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회사와 검사가 다르게 보고 있다”며 “어떻게 회계적으로 평가하는지가 문제이기 때문에 검사가 주장하는 회계처리 방법만이 유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하며 해당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이 명예회장은 2017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인보사 2액을 허가받은 연골세포 대신 신장유래세포(GP2-293) 성분으로 제조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미국 FDA 임상 중단 등 인보사 관련 정보를 허위로 설명하거나 은폐한 채 코오롱티슈진을 코스닥에 상장시켜 2000억원여원을 유치한 혐의도 있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주사액이다. 국내에 2017년 판매 허가를 받았지만,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유래세포가 포함됐다는 논란이 일자 2019년 허가가 취소됐다.
재판부는 선고 말미에 해당 재판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인보사 사태가 발생한 후 후속 조치에서 미국과 우리나라가 사뭇 달랐다”며 “미국 FDA는 과학적 관점에서 검토를 해 우려를 해소하고자 국민 대상 임상실험을 개시하도록 승인한 반면, 한국은 수년간 소송과 재판이 진행 중이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1심 판결이고 재판장으로서 판결이 최종적으로 유지될 것인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최종적인 판단이 이 법원과 동일하다면 수년에 걸쳐 막대한 인원이 투입된 이 소송이 과연 무슨 의미였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죄가 나온 직후 해당 사건 관계자들은 법정에서 박수를 쳤다. 변호인과 피고인들은 무죄가 나온 것에 대해 미소를 지으며 서로 악수하기도 했다. 이 명예회장은 “감사드린다”는 짧은 무죄 소감을 전했다.
반면 인보사 사태 피해환자를 대리한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재판부는 코오롱 측이 세포가 바뀐 사실을 2019년 3월 31일 이후에야 알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며 “민사에서는 고의뿐만 아니라 과실 역시 위법성 판단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코오롱 측의 과실을 입증해 배상책임을 지울 것”이라고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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