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출신으로 26년간 한국에서 사목활동을 이어 온 조성암(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 대주교가 한국의 일부 결혼식이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조 대주교는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한국 정교회 서울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에는 가족 간 유대, 사람들 사이의 정(情), 훌륭한 음악적 전통, 춤과 노래가 많다"며 "왜 이런 아름다운 것을 버리고 미국과 같은 스타일을 모방하는지 정말 안타깝다”며 한국의 결혼식 문화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조 대주교는 최근 한국의 결혼식에 갔다가 하객들이 축의금을 낸 뒤 피로연장으로 직행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조 대주교는 “예전에는 결혼식장 가면 다 같이 인사를 나누고, 하객도 풍성했는데 지금은 형식적으로 의례를 치른다”며 “사랑의 부재, 소통의 부재가 어디까지 왔는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상황을 짚었다.
조 대주교가 한국에 부임했던 초기와 너무 달라진 결혼식 풍경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결혼식에 함께 간 한국 지인들이 “이게 코리안 스타일”이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조 대주교는 학생들 사이에도 ‘사랑’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 대주교는 국내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접하면서 느낀 점을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지금 부족하고,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면 서로 대화하고 함께 어울리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몰입하느라 바로 곁에 있는 친구들과 대면 소통을 잘 하지 않는다고 상황을 전했다.
조 대주교는 이날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조 대주교는 “기후 위기는 정말 거대하고 중대한 문제”라며 “우리는 바로 재앙, 큰 파국 직전에 서 있다”고 했다.
조 대주교는 같은 날 배포한 회견문을 통해서도 “기후 위기로 인한 고통은 심한 양극화와 자본에 의한 불평등과 차별 속에서 가장 약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더 가중되고 있다”며 “온 지구 생명 공동체를 돌보는 일에 앞장서며, 한국교회가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며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도록 독려하고,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행동하겠다”고 했다.
한편 1960년 그리스 아이기나섬에서 출생한 조 대주교는 1991년 사제품을 받고 1998년 아테네 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우등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같은 해 12월부터 한국 정교회에서 사목활동을 시작했다. 성 니콜라스 주교좌 대성당 주임사제, 대교구 수석사제를 지냈으며 2008년 7월 한국 대주교로 선출됐다.
2016년 11월 한국 정교회 대주교로는 처음으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선임돼 1년간 활동했으며, 지난 18일 NCCK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돼 8년 만에 다시 같은 자리를 맡게 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