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도서관에서 속삭이는 소리’ 수준으로 소음을 낮춘 층간소음 없는 주택공급에 본격 나선다. 내년 하반기 설계에 들어가는 공공주택부터 정부의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인 37db(데시벨)보다 더 상향된 35db 수준의 기술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LH는 2022년부터 시작한 층간소음 자체 1등급 기술 모델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 하반기부터 주택설계에 본격 도입한다고 24일 밝혔다. 3기 신도시 공공주택에는 전부 1등급 바닥구조가 적용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바닥 콘크리트 슬래브 위에는 소음을 흡수하기 위한 완충재와 난방배관을 설치하기 위한 몰탈이 시공된다. LH는 완충재와 몰탈의 성능을 높여 바닥으로 전해지는 층간소음을 줄이는 방안에 초점을 두고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 일반 층간소음 4등급(49db)의 슬래브 바닥 두께는 21cm인데 이를 25cm로 상향했고 고성능 복합완충재를 시공하고 바닥 상부 몰탈 강도를 개선했다. 이후 총 1347회의 현장 테스트를 거쳐 자체 1등급 기술 모델을 정립했다.
LH는 층간소음에 국한하지 않고 옆세대와의 벽간 소음, 화장실 배관 소음 저감 방안도 마련한다. 또 장수명 주택, 수요자의 취향에 맞게 가변형 평면구성이 가능한 라멘구조 주택, 레고처럼 조립·건설하는 모듈러 주택 등 새로운 주택 유형에도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소음 발생 시 경고음을 내 입주민 스스로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인 '노이즈가드'도 도입한다.
문제는 공사비 증액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LH 관계자는 “층간소음 4등급에서 1등급을 적용할 때 공사비가 가구당 400만 원가량 늘어난다”며 “분양가에 최소한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원가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LH는 층간소음 저감 기술이 민간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국내 최대 규모의 층간소음 시험시설인 ‘데시벨 35 랩’을 세종시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 부지 내에 건립해 내년 3월부터 전면 개방한다. 데시벨 35 랩은 층간소음 35데시벨 목표 실현을 위해 구축한 층간소음 기술연구소다. 자체 층간소음 시험시설이 없는 중소기업에 데시벨 35 랩을 테스트베드로 제공해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데시벨 35 랩은 건물 구조·환경에 따라 최적화된 고성능 소음저감 기술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험 공간의 구조(벽식, 라멘)와 슬래브 두께(15~25㎝)가 다양하게 구성된다. 데시벨 35랩 완공 시 1년 이상 걸렸던 신기술 인증은 6개월 내외로 단축돼 기술 검증 및 확산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LH는 또 그간 개발해 온 층간소음 저감 기술요소와 시공법, 실증 결과를 중소 민간 건설사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민간의 고성능 신기술을 발굴하고, 다양한 1등급 기술 요소의 시장화도 지원한다.
이한준 LH 사장은 “층간소음은 대한민국에 아파트 문화를 처음 들여온 LH가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의 당면 과제”라며 “아이들이 까치발로 다니지 않아도 되고, 아랫집 옆집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아파트 주거문화를 만드는 데 LH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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