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전 회장 탄핵 이후 새롭게 출범한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오늘(24일) 오후 개혁신당과 만나 의정갈등 해결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 2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이후 개원의와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 의료계 전 직역이 고루 포진된 의료계 단체와 정치권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 성사되는 것이다. 다만 새 비대위가 '의대 모집 중지'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의정갈등을 풀 뾰족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협 비대위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4층 회의실에서 개혁신당·의협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는다. 이날 간담회에는 허은아 개혁신당 당 대표,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단국의대 교수대한의학회 부회장),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의원은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 교수 출신으로 칼럼 기고, 책 출간 등을 통해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내면서 의료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개혁신당은 의협, 대전협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는데 의협이 이번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탄핵 사태로 인해 의협의 임시 수장을 맡게 된 박형욱 비대위원장 입장에선 취임 이후 정치권과 처음으로 공식 만남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단 위원장은 지난 4월 국회에서 서울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들과 함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당시 당선인 신분이였던 천하람·이주영 의원 등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다. 의협 전임 회장이 박단 위원장 등 전공의들과 불화설이 잦았던 만큼 그간 사분오열 상태였던 의료계가 한목소리로 정치권과 대화하는 자리가 마련된 셈이다.
이날 비공개 간담회에선 10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사태 해결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국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드리겠다"며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했지만 전공의, 의협은 커녕 야당마저 빠진 채 가동되면서 '반쪽 협의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22일 "현 상황에서 대화해 봤자 정부의 알리바이용으로 사용될 뿐"이라며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심지어 현재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 중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대한의학회 2곳을 향해 "두 단체에서 결정할 문제이지만 의료계가 모인 비대위가 구성됐으니 이제 그만 무거운 짐을 벗고 나오시는 게 어떻겠느냐"고도 했다.
의협 비대위는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지 않는다 해도 내년 의학교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아예 내년도 신입생을 뽑지 말자는 주장을 내놨다. 의정갈등으로 의대생들이 대거 휴학을 한 만큼 내년에 복학할 3000명만 교육하는 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전공의들은 사태 초반인 지난 2월부터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 등 7대 요구안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박단 위원장은 지난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8월 20일 한 대표와 비공개로 만났을 때를 언급하며 "(당시 한 대표가) '나는 의료계는 아이 돈 케어다'라고 표현했었다.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라며 "의료 대란이 일어난 지 반년 이상 경과했을 때인데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00명이 아니라 1000명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이 인원들을 정상적으로 교육할 수가 없다"며 "정부는 뽑으면 그만이고 그 뒤엔 대학이 알아서 해라라는 듯한 입장인데, (지금이라도) 모집 정지를 고민해야 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단순히 증원 취소가 아니라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을 중지해야 한다는 비대위의 주장이 전공의들의 생각과 일치한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의협의 임시 수장이 된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선출됐다. 새롭게 꾸려진 의협 비대위원 중 전공의와 의대생이 40%를 차지하는 데다 전공의, 의대생들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의료계 안팎에서 의정갈등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한숨이 새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개혁신당과 만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겠나. 입시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중지하라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은 지쳐가는데 의정갈등은 해소될 기미가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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