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징역형 선고에도 정국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지지율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의 잇따른 ‘사법 리스크’에도 한동훈 대표를 둘러싼 당원 게시판 논란에 발목 잡히며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가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에 자신의 가족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여권 내부 균열에 따른 위기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포인트 오른 28%로 집계됐다. 이재명 대표의 1심 당선무효형 선고로 코너에 몰린 민주당보다 6%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국민의힘은 8월 5주 차 조사에서 민주당에 1%포인트 차로 뒤진 후 3개월 가까이 선두 자리를 탈환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로 전주와 같았다.
물론 지지율을 끌어올릴 만한 이벤트들은 꾸준히 있었다. 지난달 4일 민주당으로부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이끌어낸 데 이어 이달 14일에는 한 대표가 대통령실을 향한 국정 쇄신안으로 요구해왔던 ‘특별감찰관’ 도입도 당내 의원총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당론 채택했다. 특히 여야 지지율 역전의 분기점으로 여겨졌던 이 대표의 15일 1심 선고에서 예상을 웃도는 중형이 선고되면서 여권 내 기대감도 고조됐지만 지지율은 반등하지 못했다.
이 같은 야당의 잇단 악재에도 여당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보수층의 싸늘한 민심을 되돌리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여당의 핵심 지지층인 대구·경북(TK)의 지지율은 오히려 일주일 전보다 1%포인트 떨어진 49%에 머물렀다. 한 대표와 가족 명의로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왔다는 당원 게시판 논란이 보수 지지층의 결집 효과를 상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의 핵심 지지 기반인 보수층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당원 게시판 문제로 재점화된 친윤(친윤석열)과 친한(친한동훈) 간 갈등이 주원인”이라며 “과거 ‘법무부 장관직도 걸겠다’며 일도양단식 행보를 걸었던 한 대표가 당혹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도 지지층 동요를 부추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불필요한 자중지란”으로 평가절하하면서도 구체적인 해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당원 게시판 관련 질문에 “앞서 충분히 말씀드린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일축했다. 반면 친윤계는 한 대표를 향해 ‘명쾌한 해명’을 요구하며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친윤 지도부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내부 분란을 일으킬 필요없다’고 하는데 내부 분란은 당원 게시판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며 “끝까지 뭉개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출신 강명구 의원도 “자중지란에 빠지면 안 되기 때문에 당 대표가 빨리 리더십을 발휘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당 차원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여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당내 계파 갈등으로 번질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자칫 한 대표의 리더십에 균열을 생기는 것을 넘어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예상되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이탈표가 대거 발생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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