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 가운데 아침을 굶는 비율이 40%를 넘고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조사 시작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식습관이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지표도 10년간 계속 나빠지면서 청소년 4명 중 1명 이상은 우울감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질병관리청과 교육부는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20차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올해 조사 결과와 지난 20년간의 추이를 공개했다. 2005년 시작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는 전국 800개 중고교 학년별 1학급씩 총 2400개 학급, 재학생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과 음주, 신체 활동, 식생활 등을 매년 파악하는 조사다.
조사 결과를 보면 주 5일 이상 아침 식사를 거른다고 답한 비율은 10명 중 4명꼴인 42.4%를 차지했다. 조사를 시작한 2005년에 비해 1.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물론 전년 대비 1.3%포인트 증가하며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성별로 나누면 남학생 40.2%, 여학생 44.7%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다소 높았다.
1주일에 3일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 학생의 비율은 28.9%(남 31.2%, 여 26.5%)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였던 전년 대비 2%포인트 늘어나며 재차 최고치를 경신했다. 처음 조사를 실시한 2009년의 12.1%(남 13.4%, 여 10.7%)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하루 1회 이상 과일을 섭취하는 학생의 비율은 18.6%(남 18.3%, 여 19.0%)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지난해의 16.0%보다는 증가했으나 2005년의 32.6%(남 32.0%, 여 33.4%)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다.
비만율의 경우 12.5%로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래 2배 이상 늘었으며 2021년(13.5%)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특히 남학생 비만율은 15.5%로 여학생 비만율인 9.2%를 크게 웃돌아 성별로 편차가 컸다.
정신건강도 상당히 악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를 시작한 20년 전에 비하면 개선됐지만 2015년과 비교하면 나빠지는 추세다.
최근 1년간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 있는 사람의 비율인 우울감 경험률은 27.7%로 집계됐다. 23.6%를 기록했던 2015년 이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우울감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았다. 여학생의 경우 32.5%로 남학생의 23.1%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학생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전반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학업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등이 주원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혹은 ‘많이’ 느낀다고 답한 비율을 뜻하는 스트레스 인지율은 42.3%로 지난해보다 5%포인트 증가했다. 43.8%를 나타낸 2010년 이후 최고치로 2005년 45.6%에서 2015년 35.4% 수준으로 감소했다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정선재 연세대 교수는 이날 결과 발표회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큰 폭으로 늘고 있다”며 “특히 중학생에서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수면의 질 또한 좋지 않았다. 주중 평균 수면 시간은 남학생 6.5시간, 여학생 5.9시간으로 2023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주관적 수면 충족률은 21.9%로 전년 대비 4.1%포인트나 줄었다. 이 역시 남학생 27.1%, 여학생 16.5%로 큰 편차를 보여 수면 부족이 우울감의 원인 중 하나가 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부 역시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신건강·식습관의 개선 방안을 고민한다는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신건강과 식생활 측면에서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관련 정책 추진 시 개선이 필요한 건강지표 보완을 위한 세부 방안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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