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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신약, 건보 문턱 유독 높아…접근성 개선 절실”

■김희제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장 인터뷰

20~30대 환자, 조혈모세포이식 합병증 ‘이중고’

3차 치료제 도입 기대 크지만 비급여 부담 높아

김희제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장이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한창 외모를 가꾸고 꾸밀 20~30대에 조혈모세포이식 합병증이 심하게 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전신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피부가 짓무르고 탈모가 오니 젊은 친구들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김희제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장(혈액내과 교수)은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신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냐”는 질문에 “(약값을 지불할) 여력이 도저히 안되는 몇몇 환자 외에는 관심이 매우 뜨겁다”며 이같이 답했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들이 겪는 고통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전신에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숙주반응으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다 보니 젊은 환자들일수록 새로운 치료방법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은 현재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조혈모세포 이식의 25% 가량을 소화하고 있다. 다른 대학병원을 거쳐 온 환자들이 많아 ‘혈액암의 4차 병원’이라고도 불린다. 혈액병원을 이끌며 수없이 많은 혈액암 환자들을 진료해 온 김 병원장은 “중증, 희귀질환 중에서도 혈액암은 치료 접근성이 유독 떨어진다”며 “고형암에 비해 의료진도 환자도 적은 탓에 치료 혜택에서 소외되는 건 아닌지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종전까지 조혈모세포 이식 합병증으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이 발생한 환자들이 2차 약제로 투여를 받았던 ‘자카비(성분명 룩소리티닙)’의 경우 한달에 20mg을 투여한다고 가정할 때 본인 부담금이 600만~800만 원 가량이었다. 2022년 5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자카비가 1년 6개월 여만인 작년 말 건강보험을 적용받자 ‘예상보다 빨리 급여 적용이 됐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이달부터 비급여로 처방이 가능해진 ‘레주록(성분명 벨루모수딜)’은 자카비를 써도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에게 유일한 치료 대안이다. 아직 건보 적용이 되지 않으니 한달 약값만 1000여만 원을 웃돌아 치료비 부담이 크다. 그마저도 한달 약값이 1만 5000달러(약 2100만 원)에 달하는 미국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김 원장은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에 특화된 최초이자 유일한 의약품이 도입돼 반갑다”며 “환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폐와 간 손상에 대한 개선 효과가 임상에서 확인된 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환자들 대상으로 충분한 처방 경험이 쌓여야 한다”면서도 “한 명의 환자라도 더 획기적인 신약의 혜택을 보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으려면 신속한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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