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의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이 지명자 지위에서 21일(현지 시간) 사퇴했다. 성매수 논란 등으로 인해 상원 인준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2기 행정부 인선이 첫번째 역풍에 좌절됐다는 평가와 인사 작업의 최대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게이츠는 이날 자신의 X에 “나에 대한 인준 여부가 트럼프·밴스 시대로의 전환에 부당하게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불필요하게 장기화되는 워싱턴의 난투극에 낭비할 시간이 없으므로 법무장관 후보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이츠 전 의원은 과거 미성년자 성매수와 마약 남용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같은 공화당 내에서도 상원 인준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는 하원 의원 시절 성매수와 마약 사용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법무장관에 지명되자 지난 13일 곧바로 의원직을 사퇴한 것도 하원 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이후 그가 두 명의 여성에게 성관계의 대가 등으로 수십차례에 걸쳐 1만달러 이상을 송금했다는 보도 등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텍사스 지역구의 공화당 상원의원이자 사법위원회 위원인 존 코닌은 게이츠가 인준을 위한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당히 명백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게이츠가 리사 머코스키, 수전 콜린스, 미치 매코넬, 존 커티스 등 적어도 4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자신의 지명에 완강히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게이츠의 지명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메인주 공화당 상원의원 수잔 콜린스는 성명을 통해 “(게이츠가) 나라를 우선시했다”며 “게이츠가 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퇴를 둘러싼 상원 내 공화당의 반대에 집중하며 “이 움직임은 트럼프가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정치적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게이츠가 사퇴 후 신임 법무장관 인선이 지연되더라도 트럼프 당선인의 법무주 통제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이미 차기 법무부 차관으로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토드 블랜치를, 또 다른 개인 변호사인 에밀 보브를 법무부 수석부차관이자 차관 대행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NYT는 법무부 차관 지명자인 블랜치가 다음 법무장관에 지명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게이츠를 둘러싼 논란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트럼프 당선인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다른 행정부 인선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이도록 한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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