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대립 중인 국내 의사들이 해외 진출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의료계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의 한 의료 해외진출 컨설팅 업체는 일본 의료법인 도쿠슈카이(德洲會) 그룹의 설명회를 전날 개최했다.
이 설명회는 참석자를 선착순으로 50명을 모집했는데, 많은 관심에 접수가 조기마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설명회 참석 대상은 일본 의사 시험인 JMLE에 서류를 접수한 우리나라 의사 면허 소지자로 한정됐다.
도쿠슈카이 그룹은 일본 내 70개 종합병원과 300여 개의 의료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 의료법인이다. 설명회에는 참석자들이 소통하며 일본 생활 정보 등을 공유하는 교류의 장도 마련됐다.
이처럼 의료계에서는 정부와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이전보다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의 의사 면허 시험을 보는 분들이 늘어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지난 13일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사직 전공의 10명 중 2명은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언젠가 의료계가 정상화된다면 복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외국인 의사를 채용하기 위해 열리는 시험에 우리나라 의사들이 다수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 의사들이 베트남에서 의업을 하려면 현지 면허를 취득해야 하지만, 현지 병원 등이 보증에 나서면 수월하게 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의사들을 채용하려는 채용 공고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지난 5월 베트남 현지 대기업인 빈 그룹의 의료계열사 빈맥 병원에서는 주 44시간 근무에 월 급여 3000만 원이라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고 한국 의사 대상 채용 공고를 내기도 했다.
오랜 기간 누적된 인력 부족과 낮은 수가체계 등으로 고충을 호소해 온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지난 8월에 정기 학술대회에서 해외 진출 강연을 열기도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개최한 ‘한국 면허로 캐나다에서 의사하기’ ‘미국 의사 되기’ 강연에는 우리나라의 ‘빅5’ 대형병원에서 재직하다가 캐나다, 미국 등의 병원으로 건너가 일하고 있는 의사들이 나와 학술대회 참가자들에게 의사 업무와 처우 등을 소개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현실에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를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젊은 의사들을 위해 강연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의료인들의 해외 진출은 늘 있었지만, 의정 갈등으로 인해 기존에 이를 생각하지 않았던 의사들도 추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의사는 “국민들이 싫어하시는 그런 나쁜 의사들만 해외로 가는 게 아니”라며 “주치의로서 환자들 사랑을 받던 분들까지도 이번 사태로 상심이 커 해외 진출을 생각하고 계신다”고 안타까워했다.
또다른 사직 전공의는 “정부 정책대로 하면 개원을 하더라도 마이너스가 되니까 차라리 외국을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정부는 의료개혁을 하겠다고 하지만, 일단 정부에 대한 신뢰가 너무 없어 무슨 말을 하든 믿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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