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3600여명이 사회와 단절된 채 홀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50∼60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나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2년간 고독사 발생 현황과 특징을 조사했으며,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고독사 예방조사연구센터가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고독사 예방법에 따르면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이한 경우를 의미한다. 2022년에는 고독사 사망자를 '홀로 사는 사람'에 한정했으나, 지난 2월 혼자 살지 않더라도 사회적 고립상태에서 생활해왔던 사람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법이 개정됐다.
고독사 사망자는 2022년 3559명, 지난해 3661명으로 가장 최근 조사였던 2021년 3378명 대비 소폭 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1인 가구 증가 외에도 고독사 사망자에 대한 법적 정의를 확대한 영향도 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광역지자체별로 보면 고독사 사망자는 경기가 922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559명), 부산(287명) 순이었다. 인구가 많은 지역과 대체로 일치했다. 고독사가 많이 발생한 장소는 주택(48.1%), 아파트(21.8%), 원룸·오피스텔(20.7%) 순이었다. 고독사 사망자 중 자살 사망이 차지하는 비중은 14.1%였다. 자살 사망 비중은 지난 2017년 16.5%에서 2021년에는 19.5%까지 오르다 다소 감소했다.
성별은 남성이 여성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지난해 성별이 확인된 고독사 사망자 3632명 중 남성은 3053명(84.1%), 여성은 579명(15.9%)이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가 1046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1097명, 40대 502명, 70대 470명 순이었다.
특히 50∼60대 남성이 전체의 53.9%를 차지해 절반을 넘어섰다. 이들의 비중은 2022년에도 54.1%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50∼60대 중장년층 남성의 고독사 위험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남성 고령자가 여성 고령자보다 사회적 단절감을 더 크게 느낀다고 짚었다. 황순찬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전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성 고령자들의 경우 사회적 관계가 협소하거나 단절된 경우, 혹은 신체건강이 좋지 않을 경우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고독사를 막기 위한 개인적 노력으로는 △사회적 네트워크장에 적극 참여할 것 △일상생활 속 정상적인 루틴을 지속할 것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건강상의 이유로 사회적 활동이 어려운 고령자들을 돌볼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라며 “지원이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고립된 고령층을 위한 돌봄 체계도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50∼60대 남성의 경우 이혼이나 사별한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일상적 관계 회복을 독려하고,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는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할 방침이다. 배형우 복지부 복지행정지원관은 "50∼60대에게는 공동체 생활을 지원하고, 20∼30대는 정서적 지원, 70대 이상 어르신은 경제적 어려움을 살피는 등 세대별 특이점을 찾아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지원관은 "올해 7월 고독사 예방 시범사업이 전국 모든 지자체로 확대되는 등 정부와 지자체가 고독사 예방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올해부터 조금씩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독사를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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