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가격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가 주춤한 가운데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이 무리하게 계약을 체결하며 거래 당사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지난 7월 8851건(계약일 기준)에서 8월 들어 5908건으로 감소했고, 9월 신고 건은 1000건이 채 안 된다. 8월 계약분은 이달 말까지, 9월 계약분은 다음 달 말까지 각각 신고 기한이 남아 있지만 7월 거래량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커지자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신규 개업 중개업소는 753곳으로 지난 2015년 이후 두 번째로 적은 숫자다. 지난달 폐업한 중개업소는 961곳으로 17개월 연속 공인중개사 폐업 건수가 개업 건수를 넘어섰다.
이처럼 경영난에 시달리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폐업을 면하기 위해 무리하게 계약을 추진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 단지 내 A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매매 거래를 중개하면서 지난 7월 중순 매수자로부터 계약금의 일부인 8000만 원을 받았지만 두 달이 넘도록 거래 신고를 하지 않았다. 업계 관행이라 문제가 없다며 매수자를 설득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작 계약서 작성일이 되자 과태료가 나올 경우 나눠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수자는 “기한을 넘겨 신고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고 내용도 몰랐는데 방조죄로 과태료를 내야 할 판”이라며 “더욱이 수수료율 상한선인 0.7%를 꽉 채운 금액까지 달라고 한다”고 호소했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해당 거래는 단순 지연이 아닌 의도적인 거짓 신고에 해당돼 취득가액의 100분의 2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강남구 개포동 재건축 예정 단지 내 B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자에게 매도자의 상황을 거짓으로 고지해 계약을 체결했다. 강남은 투기과열지구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승계가 규제되지만, 10년 소유와 5년 실거주 요건을 채운 1가구 1주택자의 매물에 한해 거래가 허용된다. 매수자는 중개업소를 믿고 계약금을 입금했으나 매도자가 2주택자임이 드러났다. 매수자는 계약 취소를 요구했지만 중개업소가 거부해 결국 변호사까지 선임해 계약금을 겨우 돌려받았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거래신고 내용을 상시 모니터링해 이상 거래를 조사해 나갈 것”이라며 “부동산 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시장교란 행위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건전하고 투명한 거래 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