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구용을 통해 그린워싱에 속지 않는 법을 몇 번 소개했습니다(그린워싱 감별법 1편과 2편 다시 읽기). 이번에도 그린워싱 이야기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자꾸 언급하는 이유는, 용사님들의 착한 마음이 그린워싱 때문에 배반당하는 것이 싫어서입니다. 일부러 신경써서 더 알아보고 심지어 더 비싼 값을 치렀는데 그린워싱이라면 마음이 아플테니까요.
이번 편에서는 '환경인증'을 통한 그린워싱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환경인증은 국가 법령이나 국제표준에 따라 친환경성을 인증받았다는 마크입니다. 아무래도 전 세계 소비자들이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환경인증을 눈여겨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기업들도 점점 환경인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친환경이 단순한 마케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제대로 환경인증을 받아야 판로가 생기고 시장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그 배경은 기후공시, 녹색금융, 탄소배출 규제, 그린워싱 규제입니다. 말로만 친환경일 게 아니라 '우리 제품은 탄소배출량이 적고 친환경 제품'이라고 증명을 해야만 녹색 투자도 조달하고 기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상황입니다.(기후공시, 녹색금융에 대한 지난 레터는 여기)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예전엔 인증이 없이도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ISO 14001이라고 '환경경영시스템에 관한 국제표준'을 획득해야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지구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투자하려는 금융사와 자본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의 제도도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예를 들면, 예전에는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재생원료를 썼다'고 알리기만 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재생원료를 얼마나 썼는지 검증받아야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워싱턴, 뉴저지 주 같은 곳에서 이미 재생원료 사용 의무에 대한 규정도 만들었습니다. 유럽은 배터리에 들어간 코발트, 납, 리튬, 니켈 등의 일부를 재생원료로 써야만 받아줍니다. 기업들이 지켜야 할 엄격한 규정들이 하나하나 추가되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과도기라 엉터리 환경인증으로 친환경인 척 하는 등의 사례가 당분간 다수 발생할 전망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친환경이라고 홍보하는 제품 중에서 친환경 인증마크가 없는 제품이 전체 제품의 81.5%에 달한다고 합니다(데이터트러스트, 2023). 그래서 용사님들도 그린워싱을 더 공부하고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정부에서도 환경인증 제도를 제대로 운영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정부가 그린워싱을 방치하거나 심지어 기여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국회미래연구원은 '환경인증의 두 가지 미래 : 지속가능투자 vs 그린워싱' 보고서에서 이런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보다 통합적인 환경인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산하 기관 여럿에서 다수의 법에 근거한 환경인증 제도를 운영 중인데, 앞으로 보다 복잡하고 다양해질 것이 뻔한 환경인증 제도를 잘 운영하려면 통합 체계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래야 기업들 입장에서도 보다 쉬운 대응이 가능할 것이고, 특히 수출 기업들이 해외에서 그린워싱 이슈로 수출을 못 하게 되거나 심지어 그린워싱 소송을 당하는 경우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오늘 이야기는 국회미래연구원의 '환경인증의 두 가지 미래 : 지속가능투자 vs 그린워싱' 보고서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용사님들께, 그린워싱에 속았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요즘 환경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대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연구·기술·제도가 등장하는 주기가 매우 짧아졌고, 그만큼 확확 바뀌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 흐름을 다 따라잡기는 어렵습니다. 그저 힘 닿는 데까지 업데이트하고, 실천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지구용도 열심히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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