㉝주택 증여세(중·저가 양도)
가족끼리 부동산을 사고 파는 경우 세무 당국은 정부 전산망에서 거래 사실을 파악하고 일단 증여로 추정합니다. 주택 매매 계약을 체결해 겉으로는 양도한 것임에도 실제로는 증여를 한 것인지 의심을 한다는 것이죠. 앞서 ㉜회에서 설명한 것처럼 가족 간의 주택 거래가 증여가 아니라 대가를 주고 매입한 것임을 납세자 본인이 입증해야 합니다.
양도소득세와 증여세는 실제 거래 가격(시가)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게 원칙입니다. 하지만 가족끼리 주택을 사고 팔 때는 반드시 시세를 기준으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가의 30% 미만 또는 3억 원 미만으로 사고 팔아도 그 차익 분에 대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이때 양도자의 양도세 부담 문제는 좀 복잡해집니다. 이번 ㉝회에서는 주택 증여 두 번째로 저가 양도에 따른 증여세와 양도세 이슈를 다뤄보겠습니다.
특수관계인이 아니라면 한도액 없이 시세의 30% 미만 매각 때 증여세 제로
증여세법은 특수 관계인(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친인척)으로부터 주택을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사거나 반대로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 경우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저가 양수, 또는 고가 양도로 부릅니다. 저가 양수 때는 주택을 매입한 양수자에게 증여세가 부과되고, 반대로 고가 양도 때는 판 사람인 양도자에게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또 특수관계인이 아닌 사람끼리 역시 거래 관행 상 정당한 사유 없이 해당 재산을 시가 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또는 높은 가격)에 양수·양도하는 경우에도 그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합니다.
저가 양수(고가 양도 포함)에 대한 증여세는 단 100만 원의 차이가 난다고 해서 무조건 부과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자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서 주텍의 시가와 거래 가격의 차액이 시가의 30% 이상 또는 3억 원 이상이어야 증여세를 과세합니다. 바꿔 말하면 3억 원 한도 내에서 시세 보다 30% 낮게 매각해도 저가 양도에 따른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아버지 소유의 시가 10억 원인 아파트를 딸에게 7억 원에 매각했다면 증여세 부담할 걱정이 없다는 것이죠. 또 시가 10억 원 아파트를 5억 원에 넘긴다면 한도액 3억 원을 뺀 2억 원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아파트 실거래 현황 사이트에서 갑자기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거래된 것은 증여 또는 증여형 저가 양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수관계인 아니라면 납세자에게 다소 유리합니다. 별도의 한도액은 없고 시세의 30% 미만이면 정상적 거래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한도액이 없기에 고가 주택일수록 저가 양수에 따른 증여세 부담이 덜 하지만 현실에서는 남남끼리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헐값에 팔 이유가 없겠죠.
양도세는 ‘부당계산행위’ 부인…차액 5%이내여야 정상 거래
그럼 위의 사례에서 아버지가 부담할 양도소득세는 어떻게 계산할까요. 예컨대 5억 원에 취득한 아파트가 현재 10억 원인데 딸에게 7억 원을 양도한 사례를 살펴 보겠습니다. 부친이 1세대 1주택 또는 일시적 2주택(시가 12억 원 이하)이라면 양도세를 낼 이유가 없겠지만 2주택 이상 소유자라면 양도세의 부담이 발생합니다.
양도세를 다루는 소득세법에는 ‘부당계산행위 부인’이라는 강력한 징세 조항이 있습니다. 헐값에 양도하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규정입니다. 이 규정은 3억 원 한도 내에서 시세보다 5% 이상 낮으면 적용됩니다. 사례처럼 시가 10억 원의 아파트를 7억 원에 매도했다면 ‘5%룰(10억 원×5%=5000만 원)’을 초과했으므로 정상적인 거래로 인정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때의 세법 상 양도 가격은 거래 가격 7억 원이 아닌 시가 10억 원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또 알부세 ②편에서 소개한 것처럼 양도세는 연간 단위로 합산 과세하기 때문에 저가 양도는 1년에 한 번씩 나눠서 하는 게 세 부담을 줄이는 길입니다.
이에 따라 가족 간 부동산을 저가 또는 고가로 사고 팔 때는 3억 원 한도 내에서 시가의 30%미만(증여세)인지, 시가의 5%미만(양도세)인지를 따져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위의 사례인 경우 딸이 부담하는 증여세가 없지만 아버지의 양도세 부담이 생깁니다. 저가 양도는 증여 받는 자녀 입장에서는 세 부담을 줄이는데 유리하지만 증여자인 부모로서는 절세 효과가 없는 것입니다. 결국 부모가 일시적 2주택자로 옛집을 자식에게 저가 양도하는 경우가 최적의 절세 전략인 것이죠.
절세 방안 보다 세 부담 누가 할 지가 관건
그럼 저가 양도 때의 세 부담(아버지의 양도세+자식의 증여세)과 주택을 통째로 증여했을 때 어느 쪽이 가족 전체의 세 부담이 적을까요. 대금 일부를 지급하는 자녀의 과세 표준이 낮아지므로 저가 양도가 유리한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양도세율 보다 증여세율이 높기도 합니다. 국세청이 발간한 ‘주택과 세금’ 책자에 소개된 시가 30억 원을 20억 원에 양도한 사례로 세금 부담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차액(10억 원)이 한도액(3억 원)을 넘었으니 증여세 과세 대상입니다. 이때 증여재산가액은 10억 원이 아닌 7억 원입니다. 증여세법이 허용하는 차액인 3억 원을 빼고 산출하기 때문입니다. 직계비속 증여공제액이 5000만 원이므로 과세표준은 6억5000만 원이고 세율 30%(누진공제 6000만 원)를 곱하면 증여세 1억3500만 원(자진 신고 때는 3%감액)이 산출됩니다. 또 아버지의 양도세 부담(취득 가격 15억 원 가정)은 6억906만 원(과세 표준 15억 원 X 세율 45%-누진공제 6,594만 원)’ 입니다. 전체 가족의 세부담 총액은 아버지의 양도세 6억906만 원과 증여세 1억3500만 원을 합하면 7억4406만 원입니다.
같은 위 사례에서 만약 30억 원 아파트를 아들에게 통째 증여했을 때 자식이 부담하는 증여세를 산출해 보겠습니다. 증여 공제 5000만 원을 뺀 과세 표준 29억5000만 원과 세율 40%(누진공제 1억6000만 원)를 곱하면 10억2000만 원이 나옵니다. 이에 따라 증여형 저가 양도의 세 부담이 주택을 통째로 증여한 것보다 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례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현금을 증여한 뒤 아버지 소유 주택을 저가에 매입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증여와 관련한 절세 전략은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 따져봐야 하지만 누가 세 부담을 하고 누가 더 부담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일 수 있습니다. 다음 ㉞회에서는 증여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자금출처조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