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산평가방식에 문제가 있다면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매입임대주택 사업보다 공공주택 건설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5일 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H처럼 토지는 취득가액을 그대로 적용하고 건물에는 감가상각을 적용하는 자산평가 방식은 공공주택의 가치를 왜곡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경실련이 2022년 말 기준 LH 수도권 보유 공공주택 37만 3861세대를 분석한 결과 총 취득가액(자산의 최초의 구입가격)은 44조 원이고 주택 1호당 취득가액은 1억 20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총 장부가액(일정한 평가기준에 따라 회계장부상에 기록된 금액)은 취득가액보다 4조 5000억 원이 낮아진 39조 5000만 원이었고 주택 1호당 장부가액은 1억 1000만 원으로 확인됐다. 특히 토지는 그대로였으나 건물의 장부가액은 취득가액보다 4조 5000억 원이 줄어든 17조 5000억 원이었다.
경실련은 건물의 장부가액에 낮아진 이유로 “건물에 대해 감가상각 등을 적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반영하지 않은 자산평가 방식을 비판했다.
경실련의 분석에 따르면 LH 공공주택 총 공시가격은 취득가액보다 8조 원이 늘어난 52조 원이었다. 공공주택 1호당 공시가격은 취득가액보다 2000만 원이 늘어난 1억 4000만 원이었다. 올해 7월 시세와 비교하면 공공주택 시세는 취득가액보다 두 배 이상 오른 93조 6000억 원으로 차이가 더욱 늘었다.
이 같은 차이에 대해 경실련은 “LH는 적자논리를 펴며 공공주택 공급을 등한시하고 있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공공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엄청난 자산증가 효과를 본 것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또 매입임대주택 사업과 비교했을 때 “매입임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위례지구 25평 한 채를 짓는데 드는 분양원가는 3억 4000만 원인데 비해 같은 크기 다세대 주택 한 채를 매입하는 가격은 5억 7000만 원이나 된다”면서 공공주택 건설의 실효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세를 반영해 자산을 평가한다면 만년 적자라는 LH의 재정실태도 전혀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며 “정확하게 평가된 자산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2029년까지 서울과 수도권에 42만 7000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한 ‘8·8 부동산 대책’ 전면 재검토도 촉구했다.
이에 LH는 “올해 공공주택 건설 승인 물량을 전년 대비 3만 3000호 늘린 10만 5000호를 목표로 하고 있고 착공물량도 3만 9000호 증가한 5만 호로 대폭 늘렸다”며 공공주택 공급을 이어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LH는 임대 수요에 맞춰 임대 공급 형태를 다변화하고 있어 전세사기 등으로 공급난이 심각한 빌라 등 비(非)아파트는 신축 매입임대 물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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