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백상논단]尹통일독트린과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통일 독트린을 선언했다. 그러나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의 연계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뭔가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싶어하는데 논리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올해가 민족공동체통일방안 30주년이기 때문에 학계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있어왔다. 대체로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남북 관계와 국제 정치 환경의 변화를 근거로 들고 있다. 탈냉전기 통일 전략의 입안을 가능하게 했던 여러 전제들이 유효하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남북 관계를 규율한 남북 기본 합의서가 사문화되고 남북 관계의 잠정적 특수성이 약화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민족 공동체를 회복하고 화해 협력을 통해 단일한 민족국가로 통일한다는 연결 고리가 단절된 것이다. 작금의 김정은 시대는 아예 민족의 색채를 지워버리고 국가성을 강화하고 있다. 분단국 어느 한쪽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개별 국가성을 강화할 경우 분단 구조 해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둘째는 냉전 시대 기능주의적 접근이 탈냉전 이후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남북 관계의 기능주의적 한계는 북한이 안보 문제를 미국과 해결하려는 구도를 강화하면서 현실로 드러났다. 민족 자존과 화해 협력을 통해 통일로 나아간다는 남북 관계 중심의 포뮬러가 북핵 문제와 북미 관계의 해법을 제시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북핵 협상과 북미 관계의 변화가 오히려 남북 관계를 규율하는 주종이 바뀐 구조 역시 여기에 연유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오판은 냉전 종식과 체제 대결의 승리감에 도취한 장밋빛 기대감이다. 화해 협력과 통일 여건 조성은 북한 정권의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그 당시에는 동구권의 자유화 물결처럼 북한에도 그런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 지금까지 북한 사회주의 체제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고 3대 세습 과정에서 오히려 사회주의 독재 체제와 주민 통제가 강화되는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통일 방안을 새로 만들어야 할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단일한 민족국가 완성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통일 목표와 부합한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2국가론을 제기한 상황에서 민족성의 회복과 통일국가 건설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당장의 통일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통일 여건을 조성해나간다는 원리 또한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화해 협력, 남북 연합 등 단계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작업은 대북 정책과 북핵 정책 등의 영역에서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들이 통일 방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 방안과 연결시키는 기획력이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는 이것이 격변기에 여야가 합의하고 국민들의 통일 열망을 모아 마련한 거대 담론이라는 점이다. 정치 이념적 양극화가 심해진 오늘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다시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느 정부마다 이맘때쯤 내세워온 통일 담론을 제기한 것이라는 점은 이해가 된다. 다만 현 정부 내에 역사 인식의 부족, 통일 문제에 대한 철학과 통찰력의 빈곤이 드러난다. 차라리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수정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솔직히 설명했으면 어땠을까. 공개적으로 북한 당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지언정, 자세 변화를 준엄하게 촉구하는 방식이었으면 어땠을까. 우리 국민들을 반국가 세력, 반자유 세력으로 갈라치기 할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대국민 토론을 제안했으면 어땠을까.

남북 통일은 상대가 있는 것이다. 주민들을 자극하면 정권에 창을 빼 들 것이라는 것,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바로 남한 주도의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족공동체통일방안 당시에도 화해 협력을 통해 북한 정권을 변화시키려 했고 민족 공동체 개념과 잠정적 특수 관계 설정을 통해 북한을 묶어두려 했던 것이다. ‘너 아니면 안 돼’가 아니라 ‘너는 안 돼’라는 식이라면 북한의 호응을 얻을 수 없고 결국 이 정부 내에서만 단명하는 정책이 될 수도 있으니 안타까울 노릇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