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작은 물고기는 새우를 잡아먹는 세상에서 싱가포르는 독이 있는 새우가 돼야 합니다.” 작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의 리콴유 초대 총리는 1966년 6월 싱가포르국립대 연설을 통해 국가안보의 기본 전략을 천명했다. 싱가포르가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반강제로 독립하며 ‘홀로서기’를 시작했을 때다. 싱가포르가 위치한 믈라카해협은 인도양과 태평양의 길목이자 남중국해와도 연결되는 아시아태평양의 요충지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싱가포르는 주변국이 섣불리 침략했다가는 치명적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독(毒)새우(poisoned shrimp)’가 되기로 했다.
독새우가 되려면 강력한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 수십 년 동안 군사력을 키운 싱가포르는 동남아의 대표적인 군사 강국으로 부상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싱가포르가 지난해 동남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보다 39% 많은 132억 달러의 군비를 지출했다. 1인당 군비 지출은 이스라엘·미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싱가포르의 인구는 600만여 명이지만 국민개병제 등을 통해 예비군 포함 30만 명 이상의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 올해도 싱가포르는 전년 대비 2.5% 늘어난 150억 달러의 국방 예산을 책정하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 기종과 독일 218SG 잠수함을 확충하는 등 군사력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중 긴장, 남중국해 분쟁 고조로 싱가포르가 ‘독새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싱가포르는 작은 새우를 넘어 ‘돌고래’에 비유되기도 한다. 신냉전 격화 속에 북한·중국·러시아의 밀착 가속화로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다. 중국과 대치하는 대만은 내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7.7% 늘릴 계획이고, 일본도 역대 최대인 약 73조 원의 방위비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도 주변국들이 넘볼 수 없는 안보 강국이 되려면 자주 국방력을 더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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