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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끝자락의 ‘링크스 타임’…뒤를 돌아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골프 트리비아]

AIG 우먼스 오픈이 올해 마지막 메이저

22일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서 개막

올드 코스엔 생뚱맞은 위치의 벙커 있어

오리지널 시계방향으로 돌면 의문 풀려

인생도 가끔은 걸어온 길을 되짚어봐야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와 스윌컨 다리. Getty Images




매년 여름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코스에서는 굵직한 대회가 치러진다. 지난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을 시작으로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이 열렸고, 이어 50세 이상 선수들이 참가하는 챔피언스 투어의 메이저 대회인 더 시니어 오픈이 커누스티 골프링크스에서 개최됐다. 마침 더 시니어 오픈에서는 최경주가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지난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먼스 스코시티 오픈에 이어 오는 22일부터는 AIG 우먼스 오픈이 링크스 코스에서 치러진다. AIG 우먼스 오픈이 남녀 9개 메이저 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하는데 올해 개최 장소가 ‘골프의 고향’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다. AIG 우먼스 오픈이 올드 코스를 찾는 건 2007년과 2013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넓은 오프닝 홀이다. 고풍스런 석조 건물인 로열 앤드 에이션트 골프클럽의 클럽하우스 바로 앞에 있는 1번 홀의 페어웨이는 축구장만큼 넓다. 과연 이게 골프장인가 싶다. 그렇다고 마냥 쉬운 건 아니다. 페어웨이 폭이 넓긴 해도 좌우가 OB(아웃오브바운즈) 구역이고,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스윌컨 번(개울)이 신경을 쓰이게 한다. 그린은 개울 바로 뒤에 있다.

또 하나 넓은 게 있으니 바로 그린이다. 올드 코스 그린의 평균 넓이는 2068㎡(약 626평)로 평균적인 미국 그린(464㎡)보다 약 4.5배나 넓다. 올해 디 오픈이 열렸던 로열 트룬의 ‘우표’로 불리는 8번 홀(225㎡)을 9개나 만들 수 있는 면적이다. 올드 코스의 그린이 이처럼 큰 건 2개의 홀이 하나의 그린을 공유하는 더블 그린(한 홀에 2개의 그린이 있는 투 그린과는 다르다)이 많아서다. 1·9·17·18번 홀만 싱글 그린이고 나머지 홀은 더블 그린이다. 싱글 그린의 평균 면적도 1263㎡나 된다. 그러니 올드 코스 그린에선 우드를 쳐도 된다는 농담이 있다.



올드 코스에는 총 112개의 벙커가 있다. 수직 벽의 깊은 벙커는 한 번 빠지면 탈출이 쉽지 않다. 벙커 주변은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어 깔때기처럼 볼을 빨아들인다. 그런데 간혹 몇몇 생뚱맞은 벙커들이 눈에 들어온다. 티잉 구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벙커들로 티샷 낙하지점에 한참 못 미치는 지점에 있다.

의문은 과거로 돌아가야 풀린다. 올드 코스는 원래 시계 방향으로 도는 구조였다. 하지만 1번 홀 그린이 현재의 17번 홀 그린 쪽에 있어서 18번 홀 동선과 교차하는 게 문제였다. 1870년 올드 코스의 그린키퍼였던 올드 톰 모리스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 1번 홀 그린을 지금의 위치에 새로 조성한 것이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역시계 방향으로 도는 레이아웃을 만들었다. 이후 격주로 방향을 바꿔가면서 플레이를 했다. 역시계 방향이 점차 굳어졌지만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겨울에 한 달 동안은 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세인트앤드루스는 새로운 세대의 골퍼들에게도 시간을 거슬러 ‘오리지널’ 코스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1년 중 며칠 동안은 시계 방향으로 라운드를 하며 평소 루틴을 거꾸로 되짚어 가는 것이다. 그러면 생뚱맞았던 벙커는 더 이상 생뚱맞은 벙커가 아니고 왜 그곳에 있는지 고개가 끄떡여진다. 어쩌면 그게 올드 레이디(올드 코스의 별명 중 하나)의 본 모습일 수 있다.

링크스 타임이 끝나면 여름도 끝난다. 골프도, 인생도 가끔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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