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 빈도가 거의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주차장 내 충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졌지만 다른 충전 대안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국 지하주차장 내 충전을 일부 제한하는 방향의 대책에 힘이 실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최대 전기차 충전 플랫폼 소프트베리에 의뢰해 전국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위치한 모든 전기차 충전소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천 화재 사건이 발생한 1일을 포함해 1주일(8월 1~7일) 간 총 8만338건의 충전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건 직전 1주일(7월 25~31일) 간의 총 충전 횟수 8만1886건과 비교했을 때 겨우 1.9% 감소한 데 그친 수치다. 전국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는 총 5869곳의 충전소(완속 기준)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총 충전 시간도 같은 기간 41만4896시간에서 40만4726시간으로 2.5% 줄었다. 소프트베리 관계자는 “환경부에 등록된 충전 관련 데이터를 받아오기 때문에 통계의 신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베리는 국내 전기차 운전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충전 정보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회사로 앱 ‘EV 인프라’의 누적 다운로드 수가 7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68만 회를 기록했다.
인천 전기차 화재로 지하주차장 내 충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음에도 전기차주의 충전 이용 추세가 거의 변하지 않은 것은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한 아파트 대단지에 거주하며 3년째 전기차를 운전하는 김모씨는 “일반적인 출퇴근길에 전기차를 이용할 때 아파트 외부에서 충전을 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완속 충전기를 이용하는 건 너무 불편한데 급속충전기를 찾기는 굉장히 어렵다”면서 “쉽게 주유소를 찾을 수 있는 내연기관차와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고 전했다. 평균적으로 전기차 1대를 완속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9.8시간에 달한다.
실제로 급속충전기는 완속충전기에 비해 설치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5월 누적 기준 국내 전체 충전기 수는 총 36만1163대이며 이중 급속 충전기는 4만1707대에 불과했다. 전체 비중의 11.5%에 불과한 셈이다.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만 보면 2022년 1.90대, 지난해 1.78대에 이어 5월 기준으로는 1.64대까지 내려가는 추세지만 급속 충전기의 보급 속도가 실질적으로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지하주차장 내 충전 제한이 제2의 전기차 화재 사태를 막을 수 있는 해법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전국적으로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엔 최소 수 개월이 걸리는 만큼 당장 사회적인 우려를 진정시킬 수 있는 대책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다음 달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90% 이하로만 충전할 수 있게 제한된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들어올 수 있게 권고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기차 운전자가 거주지 밖에 있는 외부 충전 시설을 찾다가는 ‘충전 난민’이 되는 게 현실”이라며 “지자체가 직접 나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충전에 대해 일부 제한을 거는 게 사태를 극복하는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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