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호를 끼고 있는 미국 미시간주는 1972년 대선부터 공화당 텃밭이었다. 리처드 닉슨을 시작으로 4명의 공화당 출신 대통령 후보들이 미시간주 등 미국 중부 주요 지역에서 승리해 집권 발판을 삼았다. 그러나 1992년 대선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미시간주 유권자들이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를 지지해 대선 승리를 견인했다. 미시간을 비롯한 18개 주(州)와 워싱턴DC는 1992~2012년의 6차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민주당의 텃밭이 된 이 지역들은 당색인 파란색에서 이름을 따 ‘블루월(blue wall)’이라는 별칭을 갖게 됐다.
견고한 민주당 아성에 균열이 생긴 것은 2016년 대선에서였다.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 등 블루월의 3개 주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표를 더 몰아줘 대권을 거머쥐게 했다. 이 지역들이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이 쇠락한 ‘러스트벨트(rust belt)’로 전락하자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지지를 더 얻은 것이다. 그런데 2020년 대선에서 표심의 기류가 다시 바뀌었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경합주로 돌아선 이들 3개 주에 당력을 집중해 블루월을 재건하면서 대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올해 11월 5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블루월 재건 전략이 또 시험대에 섰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스트벨트인 오하이오주 출신 JD 밴스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세워 표심 몰이에 나섰다. 이에 대응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블루월 중 러스트벨트로 전락한 미네소타의 팀 월즈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5~9일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후보는 50%의 지지율을 기록해 트럼프 후보(46%)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양당 공방전을 거치면서 러스트벨트 표심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은 미국 정치의 불확실성이 심화됐음을 보여준다. 결국 러스트벨트의 표심은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가. 우리 정부는 요동치는 미국 정치 지형 속에서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 국익과 안보를 위한 정교한 외교 전략을 짜서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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