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로 한바탕 난리가 났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평양에서 열린 신형 ‘전술탄도미사일’(CRBM·Close-Range Ballistic Missile) 발사대 인계인수 기념식에서 북한의 중요 군수기업소들에서 생산된 250대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가 국경 제1선 부대에 인도됐다.
CRBM은 분류상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보다 훨씬 짧은 300㎞ 미만의 사거리를 가져 전술탄도미사일 또는 ‘근거리탄도미사일’로 불린다.
북한이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250대를 최전선에 배치한다고 밝힌 것으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던 수단이 장사정포(장거리의 사정거리를 둔 화포를 통칭한다)를 넘어 탄도미사일로 진화했다는 주장이다.
공개된 사진에서 식별된 이동식 발사대(TEL)는 3축 6륜형 차량에 사각형의 발사관을 4연장 형태로 얹었다. 단순 계산으로 발사대 250대가 동시에 가동되면 한꺼번에 1000발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북한의 주장은 기만과 거짓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군 관계자는 “성능과 전력화 여부에 대해서는 추적 확인이 필요하다”며 실전 배치가 무난하게 이뤄졌다는 주장에 물음표를 뒀다. 또 다른 군 관계자도 “전방에 미사일 발사대 250대는 미사일 탄종을 감안하더라도 과하게 많은 숫자”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이 공개한 그 많은 발사대에 들어갈 탄, 즉 미사일을 원활하게 생산해 물량을 맞추고 있는지 미지수로 대외적 과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주장처럼) 소형의 근거리용 미사일이라고 하더라도 미사일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은 정해져 있고, 러시아 등의 지원이 있다해도 대북 제재가 엄연히 작동 중인 상황에서 부품 수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기존에 구경이 최대 600㎜에 달하는 사거리 300㎞ 이상 날아가는 초대형 방사포(다연장 로켓탄 또는 미사일 탑재 포격 무기체계), 우리 군에서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분류되는 미사일을 전방에 다수 배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거리탄도미사일은 300㎞ 이상 ~1000㎞ 미만의 사거리를 가진다.
다만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250대를 최전선에 실전 배치했다면, 한국군 자주포(우리 군은 사거리 40㎞ 이상의 K9 자주포를 1000문 가량 배치)가 쏘는 포탄보다 더 멀리 날아가는 미사일을 비슷한 숫자 만큼 남측을 향해 공격할 수 있어 위험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발사대 배치 기념행사 연설에서 “건국 이래, 창군 이래 처음으로 되는 위혁적인 장관을 펼친 무기체계”라고 평가했다. 열세였던 지상 화력 체계에 CRBM을 대거 투입함으로써 우세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했다.
군은 북한의 군사적 의도가 담긴 주장에 불과하다며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근거리탄도미사일을 우리 군이 전방에 배치한 자주포 전략처럼 포병 전력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보유한 이동식 발사대(TEL)는 국방부의 2022 국방백서가 100여 대, 미 국방정보국(DIA)의 2021년 보고서 ‘북한 군사력’는 최대 250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도 북한의 주장처럼 탄도미사일 중 사거리가 가장 짧은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전용의 이동식 발사대 250대 신규 생산은 짧은 기간 비약적 수량 증가라 대체적으로 부정적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 등 수도권과 육·해·공군 각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겨냥해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이 보유한 전술탄도미사일(근거리탄도미사일) 또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은 뭐가 있을까.
과거 북한의 ‘서울 불바다’론은 전면전 상황에서 갱도에 있는 장사정포 사격을 전제로 했지만, 이번에 공개한 이동식 발사대 250대가 실전 배치됐다면 탄도미사일 공격까지 추가돼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화성-11형’을 보유하고 있다. 세부 분류는 ‘가·나·다·라형으’로 구분된다. 탄두에 500㎏~2.5t까지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 떨어진 미사일 잔해는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11형이라는 유엔(UN) 보고서 발표로 전 세계가 주목했던 무기 체계다.
화성-11가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화성-11나는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로 불린다. 여기에 탄두중량을 2.5t으로 늘린 화성-11다와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과 유사해 ‘북한판 KTSSM’으로 불리기는 화성-11라 등의 다양한 파생형 모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은 사거리 110㎞가량인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화성-11라’의 개량형으로 우리 군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200~400㎞를 날아가는 300㎜방사포(KN-09)와 600㎜초대형 방사포(KN-25)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거리 200~300㎞ 사이의 탄도미사일은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번 공개로 식별된 이동식 발사대(TEL)는 3축 6륜형의 CRBM용으로, ‘북한판 KTSSM’으로 불리기는 ‘화성-11라’와 발사체도 비슷해 사거리를 줄이고 정확도를 대폭 높인 사거리 300㎞ 미만의 CRBM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만약에 실전배치를 완료했다면 사거리 300㎞ 미만의 전술탄도미사일은 서울과 수도권의 국가 핵심 시설을 타격하는 전략 자산”이라며 “주한 미 육군과 공군이 주둔하고 있는 경기도 평택과 오산기지는 물론 육·해·공군 각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사대 배치 기념행사에서 “화력임무 공간의 다각화를 실현하고 특수한 물리적 힘 전술핵의 실용적 측면에서도 효과성을 제고하게 됐다”고 밝힌 대목이다.
이는 전술핵을 아우르는 여러 종류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즉 대남 핵 타격 수단이 접경지대에서 서울 수도권과 계룡대 등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발사대 대량 배치로 남한을 향한 핵 위협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초대형 방사포로 불리는 ‘KN-25’도 보유하고 있다. 직경은 600㎜로 최대 사거리는 400㎞로 추정된다. 지난 2020년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국 견제용 전략무기와 함께 처음 공개됐다.
4~6개의 발사관을 갖춘 초대형 방사포로서 주목할 점은, 북한이 보유한 단거리탄도미사일과 비슷한 400㎞까지 날아갈 수 있는 성능이다. 평택과 오산을 비롯해 멀리는 주일 미군기지까지 사정권에 들어 ‘탄도로케트포’로 불린다.
또 북한의 신형 300㎜방사포는 GPS 유도 기술을 탑재해 보다 멀리 쏘면서도 명중률 오차를 줄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300㎜방사포 또한 사정거리가 250~300㎞로 서울과 수도권이 사정권에 든다.
北 방사포 화력 강화·‘타격 여단’ 창설까지
이처럼 북한은 단거리탄도미사일 성능을 지닌 로켓포를 개발해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도록 방사포 위주로 화력을 강화하고 있다. 200㎜ 이상의 대구경조종방사포탄은 로켓포탄에 유도장치 탑재로 기습적인 대량 집중 공격이 가능해 수도권을 가장 위협하는 무기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핵탄두 및 생화학무기 장착이 가능해 매우 위협적인 존재다.
게다가 북한군이 수도권을 겨냥한 신형 미사일 ‘타격 여단’을 창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전술탄도탄미사일 이동식 발사대(TEL) 250대를 기반으로 하는 부대인 ‘타격 여단’을 전방에 배치했다는 관측이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최근 김정은 주관으로 개최한 이동식 발사대 250대 인수인계기념식은 물론 북한측 사진 등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술탄도미사일을 운용할 여단급 타격 부대를 새로 창설해 전방에 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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