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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로켓 베스트셀러 ‘하푼미사일’…함대함·공대함·지대함·잠대함 ‘전천후’[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대함미사일 대명사 ‘하푼’ 30여개국 운용

‘고래잡이 작살’…지상·공중까지 다용도

잠대함미사일, 캡슐에 유도탄 탑재 발사

호위함(FF) 마산함이 하푼 함대함 유도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일보




현존하는 ‘대함미사일’ 가운데 가장 많이 생산된 베스트셀러는 ‘하푼’ 미사일이다. 생산국인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해 30여개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약 7500여 발이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소련 해군의 각축장이었던 냉전 시대에 소련은 사정거리가 수백㎞에 달하는 대함미사일을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과 수상함에 장착해 미 해군을 공격했다. 이에 1965년 미 해군은 이들을 공격하기 위한 신형 공대함미사일 개발에 나선다. 이 개발 계획에 따라 ‘고래잡이 작살’을 뜻하는 ‘하푼’(Harpoon)라는 이름이 붙여진 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3차 중동전쟁이 한창이던 1967년 10월 미국을 놀라게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집트 해군이 코마급 고속초계정으로 소련이 개발해 이전해준 ‘스틱스(Styx) 대함미사일’로 이스라엘 해군의 ‘에일라트 구축함’을 격추시키면서 소련의 대함미사일에 가공할 위력을 선보였다. 이 소식에 미 해군은 충격에 빠졌고, 기존 개발 계획을 대폭 수정해 장거리에서 공중 뿐만 아니라 해상과 수중에서도 발사가 가능한 다용도 대함미사일 개발에 착수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하푼’ 대함미사일로 1972년 10월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하푼 미사일은 수상함 뿐만 아니라 지상·수중·공중 발사체계에서도 운용하는 미국이 개발한 대표적인 대함(anti-ship) 유도무기다. 자동 조종으로 날아가 표적에 명중시키는 방식이다. 유도하는 방법에 따라 능동형과 반능동형이 있다.

중간 유도는 관성항법장치(INS)를 이용하고, 종말 유도는 능동 레이더를 이용해 표적을 추적한다. 추진 기관은 제트 엔진을 사용한다. 함상·지상 발사형은 ‘RGM-84’, 잠수함 발사형은 ‘UGM-84’, 항공기 발사형은 ‘AGM-84’로 구분한다. 사정거리는 모델 별로 90km~315km에 달한다. 대한민국 해군과 공군도 수상함을 비롯해 잠수함, 항공기, 지상 발사(차량) 버전을 운용 중이다.

육해공 합동 전투탄 실사격 훈련에서 해군이 하푼 지대함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해군


함정 발사형 ‘RGM-84’ 버전인 ‘블록-ⅠA’는 1977년 미 해군 함정에 처음으로 배치됐다. ‘블록-ⅠA’는 레이더 탐색기와 관성유도, 소형 터보제트엔진 등으로 구성됐다. 비행속도는 마하 0.85, 사거리는 92㎞에 이른다. 1982년에 배치된 ‘블록-ⅠB’는 해면을 스치듯 비행하는 ‘시 스키밍’(sea skimming) 기능을 추가해 중기 유도단계의 고도를 낮추는 성능 개량을 이뤄냈다.

이후 꾸준한 개발을 통해 ‘블록-ⅠC’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운용하는 버전이다. 사거리는 124㎞로 늘리고, 변침점 유도 비행을 최초로 채택했다. 탐색기에 대전자전(ECCM) 기능도 추가했다.

특히 현재 미 해군에서만 운용하는 ‘블록-ⅠD’는 탑재 연료량을 늘리기 위해 동체 길이를 확대해 사거리가 240km에 달한다. 유도조종장치를 개량해 재공격 기능도 갖췄다. ‘블록-ⅠG’는 미국이 해외 수출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블록-ⅠC’에 재공격 기능만을 더했다.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블록-Ⅱ형’을 내놓았다. 연안작전 환경에 적합하도록 탐색기 개량과 중기 유도 과정에서 비행 오차를 감소시키기 위한 위성항법장치(GPS) 장착, 표적의 선별 공격 및 표적 변경이 가능하도록 지령송수신장치 등을 추가했다. 이 덕분에 지상목표에 대한 공격도 가능하고, 해군기지에 정박하고 있는 고정 함정도 타격할 수 있다.

해군 무장사들이 P-3C 해상초계기에 AGM-84 하푼 공대함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일보


하푼의 공중 발사형인 AGM-84는 1979년 미 해군 ‘P-3C’ 해상초계기에, 1983년 미 공군의 ‘B-52H’ 폭격기에 탑재됐다. 우리 군도 해군의 P-3C 해상초계기와 공군 F-15K 전투기 등에 탑재돼 운용 중이다. 공대함 미사일 ‘AGM-84G’ 버전은 다시 ‘AGM-84 블록-ⅠG’와 ‘AGM-84 블록-Ⅱ’로 나뉜다.

공중 발사형 유도무기는 함정 및 지상 발사형과 달리 탑재 항공기에서 발사 전 운동에너지 또는 위치에너지를 갖고 있어 초기 가속을 위한 보조추진장치인 ‘부스터’(booster)가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AGM-84G ‘블록-ⅠG’ 버전은 종전 모델 보다 재공격 기능이 추가되고 전자기전(ECCM) 능력이 향상된 게 특징이다.



발사 전 항공기의 레이더 데이터를 입력 받아 관성항법장치(INS)에 의해 공격 표적까지 중간 유도된다. 또 표적에 근접하는 종말 단계에서는 유도탄 자체의 레이더가 작동하는 능동레이더호밍(ARH)에 의해 표적으로 유도돼 함정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AGM-84 ‘블록-Ⅱ’는 ‘블록-ⅠG’의 개량형으로 기체와 터보제트 엔진을 그대로 사용한다. 다만 임무컴퓨터와 GPS 수신기·안테나 등을 추가해 성능이 향상됐다. 무엇보다 발사 후 중간 유도 단계에 GPS 유도기능을 추가해 표적까지 보다 정확하게 유도된다. 종말 단계에서도 유도탄 자체 레이더의 잡음(Clutter)을 제거하는 능력을 갖췄다.

지대함 버전, 보조추진장치 ‘부스터’ 장착


지대함 버전도 운용되고 있다. 연안으로 근접하는 적 함정을 지상에서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다. 모델명은 함대함과 지대함 모두 ‘RGM-84’로 동일하다.

지형 발사형은 발사대, 트레일러 통제밴, 장전트럭으로 구성돼 있다. 함대함 버전과 동일한 유도탄을 탑재하고 발사통제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1개의 통제밴은 2대의 발사대를 통제하며, 각 발사대에는 4개의 원형 관(캐니스터) 안에 유도탄이 장착돼 있다. 장전트럭은 4개의 원형 관(캐니스터)와 함께 크레인을 탑재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지상에서 정지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가 발사돼 발사 전 에너지를 거의 갖고 있지 않아 지대함 유도무기는 초기 급가속을 위한 보조추진장치인 부스터(booster)를 장착하고 있다. 보통 고체로켓을 사용한다.

대한민국 해군 최초로 하푼 잠대함 미사일을 발사해 미국의 퇴역 구축함을 명중시킨 1200톤급 잠수함 ‘나대용함’. 사진 제공=해군


미 해군은 1981년 잠수함 발사형 ‘UGM-84’ 잠대함 미사일을 주요 잠수함에 배치했다. 잠대함 미사일은 다른 하푼 버전과 달리 캡슐에 들어있는 상태로 적재 및 발사돼 캡슐포장 하푼(Encapsulated Harpoon)으로 불리기도 한다.

운용 방식은 잠수함이 어뢰발사관에서 압축공기를 이용해 유도탄이 탑재된 캡슐을 발사하도록 했다. 이 때 캡슐은 양성 부력을 가지고 있어 발사관을 이탈하면 자체 부력을 수면으로 상승한다. 캡슐이 수면에 도착하면 수면 감지센서가 작동해 캡슐의 위쪽 뚜껑을 분리시키고 부스터를 점화해 캡슐 내의 유도탄이 발사된다.

발사된 하푼은 수면 위를 마하 0.85의 속도로 비행해 140km 이상 떨어진 원거리의 적 표적을 공격한다.

이 같은 방식 덕분에 잠수함의 은밀한 기동과 유도탄 자체의 빠른 비행속도, 수면을 스치듯 낮게 날아가는 밀착비행(sea skimming)으로 적 함정에서는 탐지하기가 쉽지 않고 방어할 반응 시간이 부족해 수상함 공격에 매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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