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60명 중 3명을 뽑는 싸움, 20대1의 경쟁이다. 하지만 60명 중 객관적 전력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치는 인원도 여럿이다. 그래서 올림픽 골프는 우리에게 아주 해볼 만한 싸움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를 통해 112년 만에 올림픽으로 돌아온 골프가 복귀 후 세 번째 경기에 돌입한다. 1일(이하 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르골프나시오날에서 4라운드 일정으로 시작되는 파리 올림픽 남자부 경기(여자부는 7일 시작)다.
60명의 참가 선수는 세계 랭킹 기준으로 한 나라에 최대 4명이 선발됐다. 세계 15위 안에 4명이 있어야 4명을 뽑을 수 있다. 나라당 최대 2명은 기본이다. 그래서 출전 명단을 보면 아예 낯선 선수도 많다. 핀란드의 타피오 풀카넨은 현재 세계 427위이고 스위스의 조엘 기르바시는 372위다. 최고의 선수만 엄선돼 출전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보다 3위 이내 입상 확률이 훨씬 높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은 PGA 투어의 간판 선수로 꼽히는 김주형(세계 20위)과 안병훈(32위)이 나선다. 지금 랭킹은 임성재(19위)와 김주형이 한국 투톱이지만 대표를 확정한 6월에는 김주형과 안병훈이 투톱이었다. 김주형은 이제 스물 두 살인데 PGA 투어 통산 3승을 자랑한다.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는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연장 끝에 준우승했다. 김주형은 “지난해 프랑스 오픈(공동 6위) 때 경험한 코스와 비교해 컨디션이 굉장히 좋다. 메달을 딴다면 한국은 물론 아시아 골프에 큰 의미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안병훈은 잘 알려졌듯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이다. 1988 서울 올림픽에서 아버지 안재형 씨는 남자 탁구 복식 동메달을 땄고 어머니 자오즈민 씨는 여자 복식 은메달과 단식 동메달을 중국에 안겼다. 안병훈은 “자라오면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내가 올림픽 이야기를 더 많이 접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직 PGA 투어 우승은 없지만 올해 준우승 한 번을 포함해 톱 10 진입이 다섯 번일 만큼 컨디션이 좋다. 2016년 리우 대회(공동 11위) 뒤 8년 만에 다시 올림픽 코스에 나서는 안병훈은 파리 입성 전 인터뷰에서 “3위 안에 들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반드시 메달을 따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안병훈은 1일 오후 6시 44분 셰인 라우리(아일랜드), 닉 테일러(캐나다)와 같은 조로 출발하고 김주형은 오후 4시 55분 제이슨 데이(호주), 2021년 도쿄 올림픽 은메달의 제프 슈트라카(오스트리아)와 동반 플레이를 한다.
미국 스포츠 베팅업체 드래프트킹스의 우승 배당을 보면 셰플러가 가장 낮고 잰더 쇼플리(미국), 로리 매킬로이(아일랜드), 욘 람(스페인)이 그다음이다. 배당이 낮을수록 우승 확률을 높게 본다는 뜻이다. 김주형은 공동 10위, 안병훈은 공동 18위로 나타났다.
이번 시즌 PGA 투어 6승의 셰플러는 올림픽 대회 자체를 즐기고 있다. 아내·아기와 함께 루브르박물관을 구경하고 31일에는 여자 기계체조 경기장을 찾아 미국을 응원했다. 쇼플리는 올림픽 2연패 도전이다. 올 시즌 메이저 2승의 기세로 파리에 입성했다. 2승 중 하나가 2주 전 디 오픈이다. 람은 29일 LIV 골프 영국 대회에서 LIV 이적 후 첫 우승을 달성하고 파리로 넘어왔다. 그는 최근 미국의 한 매체가 집계한 파리 올림픽 출전 선수 연간 수입 순위에서 2억 1000만 달러(약 2910억 원)로 전체 1위에 올라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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