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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한국에 ‘슈퍼 파파’가 없는 이유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 일도 잘 해내는 여성을 ‘슈퍼 맘(super mom)’이라고 부른다.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부족함 없이 양육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일도 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엄마들에게 ‘슈퍼’라는 수식어는 아깝지 않다. 그런데 ‘슈퍼 파파(super papa)’라는 말은 어쩐지 생소하다. 물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잘 해내는 남성도 있겠지만 이들에게 차마 ‘슈퍼’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못하는 것 같다. 아마도 아빠의 육아 부담이 엄마만큼 크고 무겁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저출산 국면에서는 하루라도 시급히 육아 부담이 엄마에게 과도하게 쏠리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 아빠의 육아 참여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다행히 최근에는 아빠의 육아휴직 범위가 확대되고 있고 육아는 부모의 공동 책임이라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2010년 2.7%였던 남성 육아휴직률은 지난해 28%로 약 10배나 증가했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가능 기간은 최장인데 사용률은 오히려 최하위다. 남성 육아휴직의 실제 사용 일수가 가장 적은 것이다. 기업에서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여전해 남성에게 육아휴직 제도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좋은 육아휴직 제도를 벤치마킹했지만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사용하는 문화까지는 따라하지 못한 실정이라고 하겠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먹고사는 문제다.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가 높은 국가의 특징은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이 높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통상임금의 80%를 육아휴직급여로 지급하지만 현재 150만 원이 상한액이다. 내년부터는 상한액이 250만 원으로 조정된다. 40%가 채 안 되던 소득대체율도 60%까지 높아지지만 OECD 국가 평균 70%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남녀 소득 차이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올해 통계청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OECD 35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 성별 임금 격차는 31.2%로 1위다. OECD 평균 12.1%와 비교할 때 2.6배나 높다. 남성이 여성보다 31.2% 더 많은 임금을 받는 현실에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가정경제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일하는 여성과 맞벌이 부부가 당연해진 요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동등하게 육아를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여성에게만 유독 짐을 지우는 양육 부담을 줄여주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슈퍼 맘처럼 슈퍼 파파가 당연해지고 엄마와 아빠가 아이를 키우고 함께 일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 출산율 반등의 신호도 깜빡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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