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율법을 지키지 않은 결혼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와 그의 아내 부슈라 비비가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이 유지됐다.
파키스탄 일간 돈(Dawn)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라호르 고등법원 아프잘 마조카 판사는 두 사람의 항소를 기각하고 7년 징역형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 결정에 칸 전 총리 지지자들은 정치적 판결이라며 항의했다.
칸 전 총리는 2018년 1월 '영적 치료사'로 불리는 비비와 비밀리에 결혼했다.
비비의 전 남편인 카와르 마네카는 자신과 비비가 2017년 11월에 이혼했다며 칸과 비비가 숙려기간을 지키지 않았다고 검찰에 고소했다.
이슬람 율법은 사별하거나 이혼한 여성은 3개월이 지난 뒤에야 재혼할 수 있도록 한다. 여성이 임신할 경우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의심할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반면 비비는 자신이 2017년 8월에 이혼했기 때문에 숙려기간 3개월을 지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법원은 공식 서류상 이혼 시기가 2017년 11월이라며 유죄로 판단한 뒤 징역 7년을 선고했고, 항소심도 이를 유지했다.
칸 전 총리는 부정 결혼 외에도 외국 사절단에게서 받은 선물들을 국고에서 저가로 사들인 부패 혐의 등으로 총 30년이 넘는 형량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그는 체포된 이후에도 폭력 시위 선동 혐의 등으로 150건이 넘는 각종 소송에 직면해 있다.
이같은 구설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기는 여전하다.
지난 2월 총선에서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출신 후보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등 여전히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칸 전 총리는 크리켓 스타 출신으로 큰 인기를 등에 업고 2018년 총선에서 승리, 총리에 올랐다.
하지만 외교정책 등에서 정치권 실세인 군부와 마찰을 빚었고, 2022년 4월 의회에서 불신임이 가결돼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