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정적자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집권 3년 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정책 기조인 건전재정이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정부는 실질적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의 적자를 올해 91조 6000억 원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1분기 말 이미 75조 3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2분기 말인 이달 말이면 이미 목표치를 훨씬 넘어설 것이다.
현 정부는 과거 그 어느 정부보다 재정건전성을 천명했는데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재정적자의 증가 속도와 재정 운용 방식이 상당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 문제점들을 다음과 같이 지적해볼 수 있다.
첫째, 코로나19 이후에도 코로나19 시기와 엇비슷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추이는 2020~2023년 각각 14.9%, 12.4%, 5.5%, 6.3%로 코로나19 종료 이후 대폭 감소했으며 주요국도 이와 비슷한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5.8%, 4.4%, 5.4%, 3.9%다. 코로나19 대책에 따른 지출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데도 주요국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높은 재정적자 비율이 지속되고 있으며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무리한 감세로 인해 확대되는 재정적자다. 2년 연속 세수결손과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지난해 말의 3.9%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세수결손이 우려되는데도 연초부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등 감세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셋째, 경제원칙에 반하는 재정적자의 확대다. 재정적자의 누적은 국가채무의 증가로 이어지는데 GDP 대비 국가채무 증가율은 2021~2023년 각각 14.6%, 10.0%, 5.7%로서 경제성장률 4.3%, 2.6%, 1.4%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을 감안한 지속 가능한 적자 재정의 운용인지 우려되고 있다.
넷째, 고금리 시대 구축 효과를 낳는 재정적자다. 최근 고금리 시대에 신용경색의 징후가 엿보이는데도 재정적자가 확대될 때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 추가적인 이자 부담을 가져와 민간 부문의 부담이 가중되고 신용경색이 심화될 수 있다.
다섯째, ‘초당적 협력’으로 인한 재정적자다. 올해는 재정 운용이 어느 때보다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정부는 감세, 야당은 지출 확대를 경쟁적으로 추진해 재정적자 문제는 ‘초당적 협력’으로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최근 재정적자의 구조적 문제는 여느 때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데도 재정 당국과 정치권은 안이한 지세로 방만한 재정 운용을 부추기고 있다. 경제위기 등 시급한 지출이 요구되는 상황이 아닌데도 최근에는 타성적으로 재정적자를 너무 쉽게 용인하고 있다. 즉 우리 재정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재정적자의 적정한 관리와 재정건전성 제고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종합부동산세 폐지 및 상속세율 인하 등 세제 개편 방안을 제안하며 감세 및 재정적자 논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상속세의 높은 세율 조정 및 낡은 세제 개편이나 종부세의 폐지 또는 재산세로의 흡수 등에는 일면 공감이 간다. 하지만 이를 추진하려 했다면 진작 했어야지 현재의 경제 상황이나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지금은 아니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위에서 지적한 최근의 재정적자 추이의 구조적 문제를 재정 당국이 너무 안이하게 간과하고 있는데 종부세 폐지 및 상속세율 인하가 그대로 추진한다면 재정건전성만 크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둘째, 하반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며 필요시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을 쓸 여지가 현재 거의 없으므로 조세 감면의 확대는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책의 입지를 크게 축소하기 때문이다.
감세 정책이 필요하다면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하고 분배 형평성을 저해하지 않으며 재정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더욱 정교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 부합하는 감세 정책은 감세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종부세 폐지 및 상속세율 인하 등의 세제 개편이 아니라 조세 부담의 가장 핵심인 근로소득세 및 법인세를 중심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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