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같은 시즌을 보내다가 2연속 컷 탈락으로 이상 조짐을 보였던 넬리 코르다(26·미국)가 다시 불꽃을 일으켰다. 4개월 된 첫 조카의 ‘직관’ 대회에서 34년 만의 대기록 작성 가능성을 열었다.
코르다는 21일(한국 시간) 미국 워싱턴주 서매미시의 사할리CC(파72)에서 벌어진 KPMG 여자 PGA챔피언십(총상금 1040만 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 더블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패티 타와타나낏(태국)과 같은 공동 2위로, 4언더파 단독 선두 렉시 톰프슨(미국)과 1타 차이다.
세계 랭킹 1위 코르다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4승 중 6승을 올해 거뒀다. 5개 대회 연속 우승도 있었다. 5월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 우승 뒤 2개 대회 연속 컷 탈락으로 주춤했으나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에서 본모습으로 돌아온 분위기다.
4번 홀(파4) 더블보기를 9·10번 홀 연속 버디로 만회한 코르다는 12번 홀(파4) 보기 뒤에는 13~15번 세 홀 연속 버디를 터뜨렸다. 대회 현장을 찾은 조카(언니 제시카 코르다의 아들) 앞에서 메이저 통산 3승의 희망을 키운 코르다는 “조카의 웃음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사할리CC는 1998년 PGA 챔피언십과 2016년 여자 PGA챔피언십을 치렀던 곳이다. 코스가 긴 데다 그린은 울퉁불퉁해서 본 대로 가지 않고 튈 때가 많은 포아애뉴아 종 잔디로 돼 있다. 2017년부터 여자 PGA챔피언십에 나오고 있는 코르다는 2021년 여자 PGA챔피언십과 올해 셰브론 챔피언십까지 메이저 2승이 있다. 이번 시즌 두 번째 메이저 US 오픈에서는 컷 탈락했다.
코르다가 우승까지 달리면 단일 시즌 7승으로 LPGA 투어에 미국 선수로서 34년 만의 기록을 남긴다. 한 시즌 7승 이상을 거둔 미국인은 1970년 이후 단 3명이며 1990년 베스 대니얼(7승)이 마지막이다. 이날 페어웨이 안착률 64.2%를 기록한 코르다는 “일단 페어웨이를 놓치면 공격적인 플레이를 포기해야 하는 코스”라는 말로 티샷 정확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시즌 뒤 은퇴를 선언한 톰프슨은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치고 나갔다. 투어 통산 11승의 톰프슨은 5년간 승수를 보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은퇴를 예고한 뒤 첫 대회인 마이어 클래식에서 공동 2위에 올랐고 이번 대회도 출발이 아주 좋다.
첫날 한국 선수 중 최고는 2언더파 공동 4위의 양희영이다. 양희영의 세계 랭킹은 25위로 한국 선수 가운데 네 번째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파리 올림픽 엔트리가 결정되기 때문에 파리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우승이나 그에 가까운 성적을 내야 한다. 세계 15위 내 선수들은 한 나라에서 4명까지 올림픽에 나갈 수 있고 그 아래 랭킹은 한 나라에 2명씩이다. 세계 7위 고진영과 12위 김효주의 파리행이 유력하고, 신지애(24위)와 양희영은 마지막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신지애는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같은 3오버파 공동 70위로 출발했고 고진영과 김효주는 각각 이븐파 공동 22위, 1언더파 공동 15위다. 디펜딩 챔피언 인뤄닝(중국)도 1언더파다.
한국 군단은 이번 시즌 우승 없이 16번째 대회에 나서고 있다. 개막부터를 기준으로 2000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긴 우승 가뭄인데 2000년에는 박지은이 16번째 대회에서 한국의 첫 승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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