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 세계의 비참함을 줄이고 미래의 행복을 찾는다’
26일 열리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책 축제 ‘서울국제도서전’이 소설 ‘걸리버 여행기’ 속 완벽한 세상으로 묘사되는 ‘후이늠(Houyhnhmn)’을 주제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후이늠’은 걸리버 여행기 속에 나오는 욕망과 오만, 무례함이 없는 종족들이 사는 세상을 의미한다.
19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는 “서울국제도서전이 대중적 인지도와 위상을 갖게 된 지금 특정한 유명 인물을 내세우기 보다는 주제에 맞춰 상징적인 작품 속 세상을 소개하게 됐다”며 “소설가 김연수가 1908년 육당 최남선이 번역했던 ‘걸리버 유람기’를 오늘 날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다시 쓰기’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1726년 조너선 스위프트가 쓴 소설 ‘걸리버 여행기’는 1908년 당시 조선에 소개되면서 육당 최남선 선생이 번역했다. 당시 변사가 이야기를 전하듯 풀어 쓴 최남선 버전의 ‘걸리버 여행기’를 오늘 날의 시대적 감수성에 맞게 재해석하고 당시에는 빠졌던 3, 4부를 포함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소설가 김연수는 “최남선 선생의 번역은 변사가 이야기를 전하듯 순한글 입말로 번역한 게 큰 특징”이라며 “이를 최대한 살리되 아동소설보다는 풍자소설로 현재 우리나라의 시점에서 다시 쓰는데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닷새간 진행되는 서울국제도서전에는 19개국의 452개 출판사와 콘텐츠 회사가 참여한다. 해외 유명 작가들도 한국을 찾는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H마트에서 울다’의 저자인 미셸 자우너가 독자들과 ‘기억으로 이어지는 레시피’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빛과 물질의 이론’ ‘사라진 것들’로 국내에서 인기를 끈 단편소설의 대가 앤드류 포터가 독자들과 북토크를 연다. ‘엠마’ ‘신부 이야기’ 등 순정 만화의 아이콘인 모리 카오루가 처음으로 내한해 국내 독자들을 만난다.
강화길, 구병모, 장강명, 편혜영 등 12명의 소설가, 시인이 참여한 기획도서 ‘후이늠 – 검은 인화지에 남긴 흰 그림자’는 특별 에디션으로 제작할 방침이다.
올해 국제도서전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빈국으로 참여해 별도의 주빈국관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올해 한국과의 수교 50주년을 맞이한 오만의 출판 문화를 집중 조명하는 부스도 마련된다. 이 행사에는 2019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오만 출신 작가 조카 알하르티가 참여해 국내 독자들에게 오만의 문학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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