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8일 야권의 일방적인 원 구성에 반발해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통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양보 없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압박용 카드’로 당내 특별위원회 활동도 지속하면서 민주당의 ‘일보 후퇴’를 겨냥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에도 여야 간 원 구성 협상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민주당이 물러설 기미 역시 없어 18개 상임위원장을 야당이 싹쓸이하는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의장단 선출과 우 의장의 국회 상임위원회 강제 배정, 위원장 단독 선출은 위법하다며 소속 의원 108명 전원 명의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우 의장과 민주당이 여당과의 합의 없이 의장단 선출과 원 구성을 강행했다며 “국민과 헌법이 부여한 국민대표권, 국회의장·부의장 선출 및 상임위원장·위원 선임 절차에 대한 참여권, 국회 안건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심대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의 이 같은 대응은 4년 전 전철을 되풀이하는 측면이 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2020년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때 민주당 출신이던 박병석 국회의장이 상임위를 강제 배분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지만 2023년 9월 각하 결정이 났다. 당시 주호영 원내대표 단독 명의로 청구서를 제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소속 의원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헌재가 여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민주당의 독주를 부각시키기 위한 ‘여론전’ 용도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원 구성 협상에서 강경 모드를 지속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두고 “계속 다툼을 벌이고 상임위 구성을 지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우 의장을 향해 “일하기를 거부하는 국민의힘을 더 이상 인내하며 기다릴 수 없다”며 20일 본회의를 열어 7개 상임위의 위원장 선출과 위원 배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주말이 원 구성 협상의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 의장이 6월 임시국회 일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전날 강조했기 때문이다. 우 의장이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1당과 2당 간 ‘11대7’ 원칙을 천명했지만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남은 상임위원장 7개도 민주당이 독식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이) 입법 권한도 없는 ‘짝퉁 상임위’를 만들어 국회를 무시하고 있다”며 “말이 좋아 ‘국회 보이콧’이지, 여당은 국회 폭력 세력인 ‘국폭’인가”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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