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선거가 11월로 다가오면서 글로벌 환경이 또다시 급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대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 결과를 결정지을 6개 경합주 가운데 위스콘신주에서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0.2%포인트 뒤질 뿐 나머지 주에서는 모두 2~7%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 리스크를 포함해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선거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경 대응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징벌적 고율 관세 부과 등 보다 직접적인 방식을 선호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 등을 통해 구축된 관계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가늠하기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위협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미국의 압박에 대해 중국이 ‘자원 무기화’를 본격화할 경우 핵심 자원의 해외 의존도, 특히 중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가 입을 타격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중국은 성장 속도 둔화, 산업구조 고도화 및 기술 자립도 제고 전략 등으로 경제구조가 빠르게 변했고 그 결과 한국과의 분업 및 경쟁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중국에 대한 ‘선택적 디커플링’을 추진하면서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팅, 바이오, 친환경 기술 등 특정 분야의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것을 국가 안보 과제로 설정하고 중국과의 격차를 최대한 확대하기 위해 기술·수출통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비대칭적 디커플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와 반도체, 2차전지 생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은 물론 원가 경쟁력이 월등한 제약·바이오 원료, 요소 등의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자립·자강을 통해 다른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낮추면서 핵심 광물 등에 대한 타국의 대중 의존도는 심화시키는 ‘비대칭적 디커플링’ 전략을 통해 중국식 ‘디리스킹’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2021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2023년에는 대중국 수출이 전년 대비 20% 정도 급감해 대중국 무역수지가 1993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15대 업종 중 계측기기와 비철금속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 대중국 수출은 최근 들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컴퓨터, 통신 설비의 대중국 수출이 2018년 388억 달러에서 2023년 128억 달러로 급감했고 화학 원료, 화학제품 수출도 173억 달러에서 56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고무·플라스틱, 화학섬유 등 상당수 품목이 적자로 전환됐고 전기기계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17억 달러에서 126억 달러로 증가했다.
대중국 무역 흑자를 주도해온 중간재의 흑자 규모가 2018년 657억 달러에서 2023년 89억 달러로 급감했고 자본재도 2020년 적자로 전환된 후 적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핵심 광물,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공중보건 분야 공급망 핵심 품목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2018년 14%에서 2023년 21.6%로 크게 늘었고 대중국 수입 중 공급망 핵심 품목과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했다. 한국과 중국의 상호 간 수출입 의존도 추이를 비교해 보면 중국의 한국에 대한 ‘비대칭적 디커플링’은 확연하게 나타난다. 즉 한국의 핵심 광물에 대한 대중 무역수지 적자 규모와 수입 의존도는 크게 증가한 반면 중국의 대한국 수입 의존도는 중간재를 중심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의 선택적 디커플링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이 중국의 비대칭적 디커플링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점은 경제 안보 측면에서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 채널을 공고히 해나가야 하지만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여나가기 위한 보다 공세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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