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153전 154기’를 이룬 배소현(31·프롬바이오)이 첫 승 후유증을 피해갔다. 우승 인사 등 바쁜 일정과 심리적 영향 탓에 우승 이후 바로 다음 대회에서는 컷 통과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닌데 배소현은 투어 8년 차에 거둔 감격의 우승 뒤로도 이렇다 할 후유증이 없었다. 우승 다음 주에 치른 Sh수협은행 대회에서 공동 22위를 했고 지난주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는 9위에 올랐다. 그리고 이번에는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자 내셔널 타이틀 획득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배소현은 13일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힐스CC(파72)에서 열린 DB그룹 제38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 원) 1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오후 5시 현재 3언더파 2위 정윤지에 1타 앞선 단독 선두다.
10번 홀로 시작한 배소현은 10~12번 세 홀 연속 버디로 출발했다. 파5 홀에서 안전한 3온 공략으로 가볍게 버디를 잡았고, 그다음 파3 홀에서는 티샷을 핀 3.5m 남짓한 곳에 떨어뜨려 연속 버디에 성공했다. 이어진 파4 홀에서는 282야드 장타 뒤 7m 넘는 퍼트를 넣었다. 15번 홀(파4)에서 짧은 퍼트를 놓쳐 범한 보기를 18번 홀(파4) 버디로 바꾼 배소현은 7번 홀(파5)에서 1타를 더 줄였다.
세계적 코스 설계가인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RTJ)의 역작인 레인보우힐스는 높은 난도로 유명하다. 코스 전반에 걸쳐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으며 그린은 작고 구겨져 있다. 대회명에 ‘한국’이 들어간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만큼 러프도 길고 억세다. 지난해 우승 스코어는 나흘 합계 12언더파. 배소현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최종일 68타를 치는 등 공동 14위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올해는 코스 전체 길이가 지난해보다 32야드 늘었다.
배소현은 “솔직히 이번 대회 욕심이 나기는 한다. 첫 우승을 했기 때문에 여유가 조금 생겼고 샷과 퍼트가 요즘 나쁘지 않다”며 “어려운 코스지만 파5 홀에서는 잘하면 타수를 줄이기가 쉽다. 나한테 잘 맞는 코스라고 생각한다. 메이저 대회이니 차분하게 한 타 한 타 집중하겠다”고 했다.
윤이나는 2년 만에 이 대회에 다시 나왔다. 2년 전 1라운드 15번 홀(파4) 러프에서 자기 볼이 아닌 볼을 쳤다가 걷잡을 수 없는 논란에 빠졌던 그다. 당시의 룰 위반을 한 달이나 지나 늑장 신고한 탓에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올 시즌 개막과 함께 투어에 복귀했다. 이날 윤이나는 문제의 그 홀에서 파를 잡는 등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적어 2언더파의 준수한 스코어를 작성했다. 경기 후 그는 “2년 전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이 골프장에 오지는 못했다”며 “분명 좋은 기억은 아니었기 때문에 라운드 하면서도 간간이 생각났는데 지금 해야 하는 샷, 눈앞에 있는 공에 집중하면서 치니까 그래도 많이 생각하지 않고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시즌 3승으로 상금과 대상 포인트 선두를 달리는 이예원은 파3 홀 티샷에서 나온 큰 미스로 트리플 보기(더블)를 범하는 등 전반 9홀에만 4타를 잃고 고전했다. 상금 2위 황유민은 이븐파, 상금 3·4위 박현경과 박지영은 나란히 1오버파다.
무심코 거리 측정기를 사용했다가 실격당한 선수도 있었다. 3번 홀 티샷에 앞서 짐을 싼 전우리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거리 측정기 사용을 허용하지만 대한골프협회는 금지한다. 한국여자오픈은 KLPGA 투어 대회 중 하나이기는 해도 대한골프협회 주관이라 거리 측정기 사용을 금한다. 메이저 2연승에 도전했던 이정민은 손목 부상으로 기권했다. 4월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그는 최근 계속 손목이 좋지 않다. 지난주 투어 최초의 단일 대회 4연패 기록을 세운 박민지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휴식한다. 그는 최근까지 삼차신경통으로 인한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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