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중견국 멕시코는 1992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글로벌 제조 기업들의 수출 전진기지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당초 멕시코 등 신흥국으로 향했던 글로벌 제조사들의 투자 발길이 더 싼 노동력과 낮은 토지 임대료를 내세운 중국으로 돌아선 까닭이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자동차·배터리 등 주요 분야의 글로벌 제조사들이 중국을 떠나 미국 내수 시장에 인접한 멕시코 등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이 비용 절감이나 규제 회피를 위해 주요 소비 시장에 인접한 국가나 본사와 인접한 국가로 생산 시설 등을 옮기는 현상을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라고 한다.
멕시코는 최근 니어쇼어링 현상의 최대 수혜국으로 떠올랐다. 중국에서 정부의 외국인 투자가에 대한 차별 행태가 노골화되고 인건비, 부동산 비용도 급증한 가운데 ‘메이드 인 차이나’ 상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 장벽마저 높아지자 지정학적으로 북미 소비 시장에 가까운 멕시코가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BMW는 2027년부터 생산할 차세대 전기차용 제조 공장을 멕시코 북부에 위치한 산루이스포토시에 건설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멕시코의 미국 접경 지역인 몬테레이 일대에 테슬라의 공장이 설립될 예정이라고 멕시코 정부가 밝혔다.
KOTRA는 최근 출간한 미국 공급망 재편 관련 보고서에서 “멕시코로의 니어쇼어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수혜가 본격화되는 시점은 2025년”이라고 내다봤다. 멕시코가 니어쇼어링 특수를 누리는 근본적 이유는 정부가 기업의 고용·투자 규제 및 세금 관련 부담을 지속적으로 낮춰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멕시코에 입주한 기업의 수출 실적에 따라 파격적인 법인세 공제 혜택을 주는 수출산업촉진법령을 발표했다. 현지의 15세 이상 노동 가능 인구 비중이 60.5%에 달해 양질의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점도 우리 기업들에 매력적 요소다. 우리 정부와 국회도 멕시코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기업 규제 혁파를 서두르고 노동·출산·이민·교육 등의 구조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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