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 공백이 100여 일 넘게 지속되자 전공의를 복귀시키기 위해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은 물론 진료유지명령·업무개시명령 등 모든 행정명령을 철회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는 데 걸림돌이 될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며 공을 전공의에게 넘긴 셈이다. 복귀할 경우 수련 기간까지 조정하면서 전문의 자격을 제때 취득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당근까지 추가로 내밀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의료 현장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해도 결국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선례를 2020년에 이어 다시 남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 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에서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업무개시명령을 즉시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들이 100일 넘게 돌아오지 않으니 비상 진료 체계 속에서 현장 의료진이 지치고 중증 질환자의 고통도 커지고 있어 변경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벌여도 불이익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비판받을 각오를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병원장과의 개별 상담을 거쳐 복귀를 결정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전문의 취득까지의 수련 과정에 어떠한 장애도 없도록 돕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턴(수련의) 과정의 경우 복귀를 결정하면 규정을 변경해서라도 기간을 채우지 못해 전공의 과정에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을 계획이다. 전공의 2~4년 차에 대해서도 전문의 취득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장기간 계속되는 수련병원 전공의 공백 사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귀하지 않고 사직하기로 결정하면 일반의로 개원가 등 의료기관에 취업하거나 추후 다른 수련병원에 전공의로 다시 들어갈 수 있다. 다만 현행 규정상 중간에 사직한 전공의는 1년간은 동일 과목·연차로 수련이 불가능하다. 그 이후에도 정원이 남아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관건은 전공의 중 최종 사직을 결정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조 장관은 “최대한 많이 복귀하기 바란다”며 “미복귀자에 대해서는 전반적 복귀 수준, 현장 비상 진료 체계 상황, 여론 등을 검토해 종합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의 걸림돌을 완전 제거한 만큼 전공의와 의료계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다. 전공의 대다수가 복귀에 부정적일 뿐 아니라 사직서가 수리되면 수련병원을 떠나겠다는 입장이다. 전공의 단체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내부 메시지를 통해 “사직서가 수리돼도 돌아가지 않는다”며 “애초에 다들 사직서 수리될 각오로 나오지 않았느냐. 잡아가도 괜찮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돌아오더라도 피부과·성형외과 등을 중심으로 복귀하지 않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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