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았던 4·10 총선이 끝난 지 2달이 다 돼간다. 지역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 목적이었다. 미래 먹거리로 지역 발전을 중시하고 있는 필자는 집권당과 야당이 어떤 지역 정책을 내고 있는지가 관심이었다. 유명 법률사무소에서 양당 정책을 망라해 분석 자료를 냈다. 놀랐다. 정부나 중앙당의 정책 홍보 일색이다. 공정거래 등 15개 분야 정책 가운데 지역 관련은 2~3개에 불과했다.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가 근 30년이 되는데도 지방 주도 발전의 추동력은 보이지 않는다.
동북아시아 역내에서 우리도 중국처럼 중앙의 힘이 막강하다. 발전 경로와 직결된다. 일본은 17세기 초 막부 시대부터 4세기 이상 치열한 지역 생존 경쟁에 의한 발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강한 지방자치로 연계된다.
우리와 중국은 현대화에 나섰을 때 제국주의 피해국으로 빈곤했다. 국가 기본 제도 구축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인재와 재원 부족으로 지방은 항상 밀렸다. 우리의 지방자치제는 모방이었다. 당시 1인당 소득 1만 달러 미만 국가로 무늬만 지방자치였고 실제로는 중앙의 하부였다. 유력 정치지도자의 전유물로서 지역 프로젝트가 결정됐다. 운영 휴면 상태의 지방 공항이 이를 잘 대변해준다. 문제는 이번 총선 공약에 나타난 것처럼 아직도 중앙은 산업화와 도시화에만 매몰돼 지역 발전 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익숙한 전통 산업화는 포화 상태로 더 이상 미래의 대안이 아니다. 선진국들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디지털 대전환의 첨단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도 여하히 주도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끈을 유지하느냐가 과제다. 중앙정부와 대기업이 고심해야 할 영역이다.
반면에 민생과 관련된 수도권 집중, 고령화, 저출산, 먹거리 안보 등 과제도 있다. 지역 정책과 직결된다. 당장 농어촌 주거 환경 개선, 운휴산업단지·폐교·폐보건소등 유휴 설비의 재정비 및 활용이 있다. 친환경 대체 에너지, 농업, 그리고 시니어의 건강 고령화 프로젝트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래의 가장 큰 과제가 저출산이다. 출산 의지, 재원, 주택, 돌봄 서비스가 어우러져야 겨우 해결될 수 있는 과제다. 출산 특구를 실험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가용 인재와 재원이 필수적이다. 주목되는 계층이 대거 은퇴 중인 베이비부머 세대다. 빠른 산업화 과정에서 생산 기술을 체화한 최초의 전업 직업 가군이다. 50% 이상이 지방 출신이다. 의제에 따라 이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가성비 높은 인력이다. 중산층 시니어 빌리지 등 여건만 조성되는 경우 정주 또는 5촌 2도 생활도 가능하고 지방 소비를 진작시킬 여지도 충분히 있다. 특히 지역 신규 프로젝트 추진 시 전 세계를 누볐던 이들의 경험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국내 및 역내 비교 우위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역 현장으로부터의 예산 제안과 성과 책임제의 도입이다. 각 지자체가 위로부터 교부된 예산 집행 단위가 아니라 밑으로부터 프로젝트를 발굴해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책임을 지고 주도적으로 성취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점진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지방에 몇 년을 거주하다 보니 예산 집행 시 주민의 의견을 얼마나 반영했는지 의문이 생길 때가 흔하게 있었다. 선거에 대비한 사전 뇌물 증여로까지 읽힐 정도였다.
궁극적으로 현재의 지방자치 행정구역도 재편돼야 한다. 수도권, 부·울·경 등 5~6개 권역이 가능할 것이다. 쉽지는 않다. 지역 경쟁을 통해 자연적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발굴과 예산 편성 등 지역 정책, 시장의 중시(수요), 저비용(규모의 경제), 비교 우위(특징), 인센티브(주도층 이득의 보장) 등을 고려해 정치하게 설계돼야 한다. 이는 어쩌면 한 세대 이상 점진적으로 이뤄질 긴 여정이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중심의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 예산 효율성 제고, 탈지방색, 반듯한 국토 조성 등이 필요하다. 효율적인 지역 발전의 활력 제고를 통해 전 대한민국을 바꾸는 진정한 지도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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