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중국 민용항공국이 자국의 드론 제조사 이항이 개발한 2인승 전동수직이착륙기(eVTOL) ‘EH216-S’에 세계 최초로 양산 허가를 내렸다. 중국이 조종사 없이 승객만 탑승하는 ‘드론 택시’ 상용화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3월부터 온라인 쇼핑몰에서 EH216-S 모델이 239만 위안(약 4억 7000만 원)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4월부터는 글로벌 판매도 시작됐다.
중국이 도심항공교통(UAM)과 드론 택배를 비롯해 유·무인 항공기 저공비행을 물류·교통·관광·농업·응급의료 등과 연계하는 ‘저공(低空)경제’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한 DJI 등을 앞세워 일찌감치 ‘드론 강국’으로 자리 잡은 중국이 저공비행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선 것이다. 고도 1000m 이하, 필요에 따라 3000m까지 확장되는 저공 항공기 제조와 저공비행 산업, 관련 인프라 등을 망라하는 저공경제 개념이 중국의 국가정책으로 처음 언급된 것은 2021년 ‘국가 종합 입체교통망 계획 개요’에서다. 올해 양회(兩會) 업무보고에는 정부가 집중 육성할 신흥 산업에 저공경제가 포함됐다. 중국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CCID)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저공경제 규모는 전년 대비 33.8% 증가한 5059억 5000만 위안(약 94조 7000만 원)이며 2026년에는 1조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2035년 시장 규모가 6조 위안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 관영 CCTV방송은 올해를 중국 저공경제 성장의 원년으로 꼽았다. 중국산 드론 택시가 우리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고 중국 직구 사이트인 알리·테무·쉬인 등의 초저가 제품들이 드론 당일 배송 서비스를 장착해 국내시장을 공습하는 날이 머지않았을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중국계 직구 플랫폼을 견제하겠다며 ‘KC 미인증 직구 금지’라는 무리한 규제를 발표한 지 사흘 만에 철회해 정책 혼선을 빚는 와중에도 중국은 저공비행 산업의 주도권을 노린 ‘고공 이륙’ 준비를 착착 진행 중이다. 중국의 저공경제 공습 대비와 국내 드론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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