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0㎜ 방사포(다연장로켓포) 차량 생산시설을 방문해 직접 시운전까지 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갱신형 240㎜ 조종방사포탄’의 시험사격을 현장 지도한 이후 연이은 생산 공장 방문이다. 김 위원장이 이틀간 점검한 곳은 주요 저격무기와 방사포 차량을 생산하는 핵심 공장이다. 특히 올해 새로 조직된 북한 포병부대에 배치될 갱신형 240㎜ 방사포 차량의 경우, 직접 올해 생산계획과 실적을 챙기고 시운전까지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방사포 차의 자동화 체계가 높은 수준에서 실현돼 240㎜ 방사포 무기체계의 전투적 효과성을 최대로 보장하는 원칙에서 포차를 질적으로 잘 만들었다”고 평가하며 “효율성과 믿음성이 높은 우리식의 방사포 차들을 꽝꽝 만들어 내기 위해선 생산공정의 현대화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최근 김 위원장이 잇따라 포병 부대 훈련 지도와 관련 생산 공장 방문에 집중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월 초 정례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S:Freedom Shield)가 진행될 때도 김 위원장은 연이틀 포병부대 군사훈련을 시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7일 조선인민군 대연합부대들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서울 타격 임무’ 포병훈련 시찰
통신은 “(김 위원장이)적의 수도를 타격권 안에 두고 전쟁 억제의 중대한 군사적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경선부근의 장거리포병 구분대” 등이 훈련에 참가했다고 전했다. 이 훈련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겨냥한 포격 훈련이다. 훈련은 화력 타격 능력을 과시하는 위력 시위와 각 포병부대의 표적 명중 발수, 임무수행 시간을 종합해서 순위를 정하는 경기 방식으로 나뉘어 진행됐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직접 이날 성과에 만족을 표한 뒤 “모든 포병구분대들이 실전에 진입하는 시각에 무자비하고 빠른 타격으로 주도권을 쥘 수 있게 경상적인(변함없는) 전투동원 준비를 갖추기 위한 사업을 더욱 완강히 내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포병들의 전투력을 비상히 높이기 위한 실동 훈련을 보다 실속있게 조직, 진행함으로써 우리 군대의 자랑이고 기본핵인 포병의 위력을 계속 백방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포병 훈련을 격려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김 위원장이 ‘포병전쟁준비 완성’을 위한 ‘중요 과업’들도 제시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북한 당국은 최근 1년 6개월 동안 김주애를 끊임없이 노출시키며 후계자 논란까지 부추기고 있다. 이런 둘째 딸 김주애가 김 위원장이 북한 포병부대의 화력습력훈련 현지지도에 수차례 동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혼자 포병훈련을 참관하고 지휘하지만 후계자로 주목되는 둘째 딸까지 연속적으로 주요 전선 일대를 돌며 포병훈련에 동행하는 것 전례가 없다. 어떤 배경일까?
이처럼 김 위원장이 포병 훈련을 집중 지도하는 것은 자신의 전공과 취향이 영향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대학 시절 포병 관련 논문을 쓴 이력 때문에 유독 포병에 관심이 많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다닐 당시 포사격 관련 졸업논문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군사종합대 포병학과를 2년 동안 개별 교습 형태로 다니면서, 졸업 논문으로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해 포 사격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북한은 기록영화를 통해 김 위원장이 16세에 군사 전략을 주제로 첫 논문을 작성했고, 평소 하루에 잠을 3~4시간만 자고 식사도 거른 채 공부에 매진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다녔을 때 전공이 포병이라 이에 대한 논문을 써서 스스로도 포병 분과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권력 승계 초기부터 포병 관련 전력을 내세워 군사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선전 선동 활동을 해왔다”며 “김 위원장이 장거리 발사체나 이스칸데르, 방사포 등에 관심을 갖고 개발을 독려한 하거나 포병 훈련을 집중 지도하는 것도 국방력 강화 목적과 함께 군사지도자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통치술의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체계에서는 최측인 포병 전문가들이 포진한 점도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의 포병 부대 방문과 훈련 참고에 수시로 동참하는 인물이 있다.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다. 현지지도 내내 지근거리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한 박정천 총참모장도 포병국장 출신이다.
박 부위원장은 올해 1월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보선됐다. 김정은 체계의 군부 서열 1인자로 올라선 것이다.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직은 2010년 김정은이 공식 후계자가 된 뒤 부여받은 첫 공식 직위이다. 북한에선 백두혈통 김씨 일가를 제외하고 군 인사가 오를 수 있는 최고 직책이다. 당시 인사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에도 이름을 올렸고 당 중앙위원회 비서로 선출됐다.
지난 10년간 별 1개의 소장에서 원수로 지위가 급상승한 박정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비서는 김정은 체제의 군부 일인자다. 사실 박정천은 김정일 시대만 하더라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로, 김정은 체제 출범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 매체에 이름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오르며 공직을 승계한 2012년 4월이었다.
박정천은 포병사령관 자격으로 김일성의 100회 생일 기념 열병식에 참가했고 김 위원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북한 매체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동시에 별 두 개의 중장으로 승진했고 1년 뒤인 2013년엔 별 세 개의 상장으로, 2019년엔 별 네 개의 대장 계급장을 달았다. 박정천은 대장 승진과 동시에 남한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인민군 총참모장에 올랐다.
당시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총참모장에 정통 포병 출신이자 현직 포병국장이 임명된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체제에서 박정천의 급부상에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포병을 전공한 김정은 위원장의 각별한 ‘포 사랑’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북한의 김정은 우상화 문건(김정은 위원장의 후계시절 만들어진 북한의 ‘김정은 대장 동지의 위대성 교양자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02년부터 2007년 4월까지 5년제 군 간부 양성기관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교를 다녔다. 대학 시절에 포병 지휘관 3년제와 연구원 2년제를 전 과목 최우등으로 졸업할 만큼 포병전에 능하다는 점을 군사적 재능 입증사례로 꼽고 있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미사일 능력 향상에 집중했는데 박정천의 초고속 승진에는 이런 국방정책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위적 억제력의 강화’를 명분으로 다양한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는 지향점이 포병 전문인 박정천의 승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포병사령관 출신인 박정천을 중심으로 재래식 무기 개발과 실전 작전체계 구축을 병행해 전력을 더 강화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박정천과 북한 미사일 4인방으로 꼽혀온 김정식과 장창하 전일호도 요직에 함께 올랐다. 군수공업의 핵심 조춘룡 등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인물들도 전진배치 했다.
이는 포병학과 출신답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체제에서 초대형방사포를 비롯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기반으로 핵반격가상종합전술 능력 등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해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 고조와 한미 군 당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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