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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당내 경선도 못하면서 ‘민주당’이라 할 수 있나

국회의장 교통정리에 당내 비판론

“명심이 민심” 추 당선인 발언 민망

‘이재명 연임론’ 대세몰이는 퇴행적

민주적 선거 외면하면 더 큰 역풍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16일 당선자총회를 앞두고 추미애 당선인을 사실상 추대하기 위한 친명(친이재명)계의 물밑 작업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 자리인데 구도 정리에 (당) 대표가 관여하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근 ‘순리대로 하자’는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친명계에 의해 전달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의장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중도 사퇴한 것에 대해 우상호 의원은 “5선·6선쯤 되는 중진 의원들이 중간에 ‘드롭’하는 모양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개탄했다.

야당 대표가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결정하는 것은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권력분립 원칙도 거스르는 위헌적인 행위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르면 국가권력은 각각 독립된 조직으로 나뉘며 각 조직은 서로에 대해 견제하면서 균형을 유지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행정부·입법부·사법부가 각기 고유의 원칙에 맞게 구성되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순리다. 아무리 총선에서 승리해 171석의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라고 해도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을 본인의 입맛대로 정하려 한다면 상식적이지 않다.

더욱 볼썽사나운 것은 후임 국회의장으로 추대될 것이 유력한 추 당선인이 입만 열면 이 대표의 의중을 내세우는 모습이다. 14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추 당선인의 발언은 귀를 의심할 정도로 민망하다. 추 당선인은 ‘추미애 의장 추대론의 배경에 명심(明心·이 대표의 의중)이 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는 진행자의 물음에 대해 “당심(黨心)이 곧 명심이고 명심이 곧 민심(民心)”이라고 답하며 또다시 ‘명심 팔이’를 시도했다. 설상가상으로 추 당선인은 “개혁 정치가 민심에 부합하는 것이자 차기 대권 주자인 이 대표의 마음”이라며 국회법이 규정한 국회의장 정치적 중립 원칙을 대놓고 외면할 뜻을 내비쳤다.



추 당선인과 민주당은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를 명시한 국회법 정신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민주당 내에서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재성 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은 “(추 당선인이) 국회의장으로서 중립성까지 뭉개면서 과연 소수 의석을 가진 정당을 잘 끌고나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의원도 추 당선인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철 등을 외치는 것에 대해 “국회의장이 되겠다고 나오신 분이 이런저런 정치적 쟁점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은 삼갈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4·10 총선에서 압승한 거대 야당의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후보 선출이 ‘명심’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이어지자 당내 민주주의가 급격히 퇴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추 당선인과 우원식 의원 간 경선이 있기 때문에 당 대표가 국회의장을 결정한다는 건 맞지 않는다”고 해명했으나 실제 경선 과정을 보면 교통정리에 따른 추대나 다름없다. 우원식 의원은 “이 대표가 ‘우원식 형님이 딱 적격이죠’라고 말하더라”면서 ‘명심’에 맞불을 놓았지만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은 우원식 의원에 대한 사퇴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민주당이 여론몰이로 ‘이재명 연임’을 대세로 굳히려는 시도는 비민주적인 행태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15일 “본인이 아직 거기에 대해 말씀을 하신 것은 없다”면서도 “당 안팎에서 연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다수당이 민주적 선거 절차를 무시하고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의 사실상 추대에 이어 이 대표의 연임까지 밀어붙이는 것을 민심(民心)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중국 고전 ‘정관정요’에는 “민심을 역행한다면 망하고 만다”는 구절이 있다. 이는 총선에 참패한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뿐 아니라 민주당에도 해당하는 준엄한 경고다. 민주당은 원내대표, 국회의장, 당 대표도 민주적인 선거로 뽑지 못하면서 민주정당을 자임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당당히 답할 수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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