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가 아닙니다. 기관투자가도 아니고…게임스톱에 투자한 개미(개인 투자자)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트레이더 키스 질이 2021년 2월 18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열린 ‘게임스톱 사태’ 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당시 질은 월가 기관들이 게임스톱 주식 공매도에 나서자 ‘포효하는 고양이(Roaring Kitty)’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증권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에서 게임스톱 주식 매수를 추천하며 ‘개미의 난’을 최전선에서 이끌었다. 하지만 게임스톱의 주가 폭등 과정에서 질이 20배를 넘는 수익을 거뒀고 이에 “질이 직업 투자자임에도 개미 행세를 하며 오도했다”며 집단소송이 뒤따랐다.
질은 1986년 6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백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매사추세츠의 사립대학 스톤힐대에 진학한 그는 육상 선수로 활약하며 2008년에는 뉴잉글랜드 챔피언십 1000m 경주에서 우승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개인 투자자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재무분석가(CFA) 자격증을 따서 주식 투자에 몰두했고 한 금융회사에 스카우트되기도 했다. 이런 경력들은 게임스톱 사태 때 그가 ‘대장 개미’가 아니라 ‘내부 거래자’일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 요인이 된다.
질이 3년의 공백을 깨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12일 밤 편안한 자세로 기대어 게임을 하던 남성이 제대로 승부를 내보겠다는 듯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전방을 노려보는 이미지를 X(옛 트위터)에 올렸다. 질은 첫 게시물 이후에도 ‘앞으로 바쁜 몇 주가 될 거야, 형제여’라는 드라마 대사 등이 담긴 동영상 게시물을 잇달아 올려 관심을 증폭시켰다. 뉴욕증시는 ‘개미들의 반란’을 주도했던 질의 귀환에 뜨겁게 반응했다. 13일 게임스톱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74.4% 급등했다. 돌아온 질은 3년 전처럼 개인 투자자의 이익을 수호하는 의적(義賊)을 자처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투자 책임은 철저히 개인의 몫임을 언제나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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