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 산업·기업인연맹 회의에서 5월 중 중국 방문 계획을 공개했다. 한 참석자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What is to be done)’라는 책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하자 푸틴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푸틴은 “책을 꼭 갖고 가서 우리 친구에게 전해주겠다”며 시 주석에 대한 친밀감도 표시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을 “강력한 지도자이자 진정한 남자”라고 추켜세웠다. 푸틴이 시 주석에게 건네려는 책은 러시아 혁명가이자 철학자인 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가 1863년에 쓴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젊고 똑똑한 중산층 여성 베라 파블로브나가 지식인 드미트리 로푸호프와 그의 친구 알렉산드르 키르사노프를 만나 지적·사회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체르니솁스키는 이 소설에서 여러 사람이 열심히 일해서 이익을 분배해 모두 잘살게 되는 이상적인 세상을 보여줬다. 또 이상향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이란 목표를 어떻게 성취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당시 급진 사상에 심취한 젊은 세대와 후대의 혁명가들에게 이 책은 목표 설정과 달성을 위한 행동 지침서였다. 많은 젊은이들이 소설 속 인물을 롤모델로 삼아 그들의 사고와 행동을 모방했을 정도다.
이 소설은 러시아혁명을 주도한 블라디미르 레닌에게도 큰 영감을 줬다고 한다. 레닌은 약 40년 뒤인 1901년 같은 제목의 선동·조직론을 출간하고 혁명을 이끌었다. 레닌은 자신의 책에서 대중의 정치적 행동을 위한 전국적 선전과 전투 조직망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시 주석도 2013년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을 때 체르니솁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를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로 꼽고 소설 주인공을 본보기로 삼아 강인한 인간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지금의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에게 이 책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소설이 묘사한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멀게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하고 전체주의와 패권주의 추구에 몰두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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