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형태로 멀티레이블을 운영 중인 하이브와는 달리 기존 빅3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는 1인 프로듀서의 영향력이 큰 편이지만 최근 들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우선 국내 엔터사 중 멀티레이블 체제의 효시로 꼽히는 JYP엔터는 아티스트들이 분리, 소속돼 있는 제작본부 체제를 운영 중이다. 2PM과 스트레이 키즈, 니쥬가 소속된 1본부와 있지가 소속된 2본부, 트와이스와 비춰가 소속된 3본부와 엔믹스가 소속된 4본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JYP엔터는 일찍부터 1인 프로듀서 체제를 탈피해 오너리스크를 최소화했고, 각 본부별로 자율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성과도 측정해 일종의 경쟁 의식도 부여해 왔다. 박진영 프로듀서 단독 체제에서 벗어나 내놓은 아티스트들인 트와이스·스트레이 키즈 등이 글로벌에서 크게 성공하며 JYP엔터 체제의 성과도 증명되고 있다. 10여년 전 5000원 전후에 머물던 주가는 현재 10배가 넘는 6만 6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1인 체제를 기반으로 운영되던 SM엔터도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기점으로 멀티 프로덕션 체제를 도입했다. SM엔터의 새 시대를 의미하는 ‘SM 3.0’의 기치 아래 5개의 프로덕션이 마련됐다. ‘원’ 프로덕션에는 보아·소녀시대·에스파, ‘프리즘’에는 샤이니·웨이션브이·루카스, ‘레드’에는 동방신기와 레드벨벳, ‘네오’에는 NCT, ‘위저드’에는 강타·슈퍼주니어·엑소·라이즈가 소속되어 있다. 다원회된 제작센터를 통해 아티스트의 앨범 발매 시기가 더 짧아지는 등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게 됐고, 음악의 다양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SM엔터는 제작센터의 레이블화와 글로벌화도 추진 중이다. 다만 JYP엔터와 SM엔터는 별도 법인이 아닌 본사 내부에 프로덕션을 두고 있다는 점이 하이브와의 차이점이다.
YG엔터는 아직까지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의 영향력이 강하다. 새로 데뷔한 걸그룹 베이비몬스터 역시 양 총괄 프로듀서의 손을 직접 거쳐서 만들어졌다. 대표 프로듀서였던 테디는 YG엔터를 벗어나 자신만의 레이블인 더블랙레이블을 만들었다.
K팝이 3.0 시대를 맞으면서 1인의 프로듀서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서 움직이는 체제를 벗어나 하이브가 채택한 멀티 레이블 방식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K팝 한류의 발전상을 보면 초창기 해외 진출 시절 국내에서 아티스트와 음반을 기획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이 ‘1.0’에 속했다. JYP 원더걸스 등이 이 방식을 따라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해외 현지 회사와 합작하거나 해외 멤버를 영입해 하이브리드 그룹을 만들어 해외 진출하는 게 2.0이었다면 이제 현지 아티스트를 발굴해 애초에 '본 투 글로벌'로 육성하는 3.0 시대로 넘어왔다. 이에 따라 한국인이라는 국적과 한국어 가사라는 언어의 경계는 희미해지지만 K팝 특유의 일사분란한 ‘칼군무’와 일관성 있는 세계관, 팬들과의 활발한 소통, 기획사 육성 아이돌 시스템은 변함이 없는 게 특징이다.
빠르게 변화되는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서 예전과 같은 1인 프로듀서 체제로는 부족함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직까지 1인 프로듀서 중심 체제를 고수 중인 YG엔터의 경우 아티스트의 음악 발매나 신규 아티스트 데뷔가 다른 엔터사보다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티스트 라인업이 타사에 비해 적다 보니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주가 변동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블랙핑크 재계약 이슈 당시 회사의 주가가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다만 멀티 레이블 체제가 강점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각 레이블마다 육성하는 그룹의 장르, 시장 타깃 등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3대장으로 불리는 유니버셜 뮤직, 소니 뮤직, 워너 뮤직 등과 달리 하이브의 경우 다수의 레이블이 비슷한 컨셉의 걸그룹을 내세우면서 최근 갈등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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